[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제프 블래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5선에 성공하면서 FIFA 내부는 몸살을 앓고 있는 분위기다. 블래터 회장은 앞선 선거 1차 투표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 부회장을 133-73으로 제압했다. 그는 알리 부회장이 2차 투표를 앞두고 백기를 들면서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부패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블래터 회장이 다시 FIFA 수장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레그 다이크 FA 회장은 블래터 회장이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한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크 FA 회장은 31일(한국시간) 영국 PA 통신과 인터뷰에서 "2022년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개최될 것이라고들 하지만,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부패행위가 드러날 경우 카타르 월드컵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이크 FA 회장은 블래터 회장이 FIFA 회장으로 있는 한 영국은 월드컵 보이콧을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블래터 회장은 2026년 월드컵이 유럽에서 개최될 것이라 밝혔지만, 다이크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영국 윌리엄 왕세손도 다이크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FIFA의 비리를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비리와 비교하며 비판 성명을 냈다. 그는 런던서 열린 FA컵 결승전에 앞서 FA 명예회장 자격으로 "스폰서와 지역축구연맹 등 FIFA를 후원하는 사람들이 FIFA의 개혁을 압박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블래터 회장의 연임을 강력히 반대했던 데이비드 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도 투표 결과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진 사퇴했다.
FA가 투표결과 불복종의 뜻을 거듭 표명한 데 반해 미국축구협회와 호주축구협회는 다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축구협회는 선거 전 알리 부회장을 지지했지만, 블래터 회장의 5선이 확정되자 결과에 승복하는 성명을 내놨다. 수닐 굴라티 미국축구협회장은 투표결과가 발표된 후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계속 FIFA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FIFA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면서 FIFA가 축구 자체의 발전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굴라티 회장은 미래지향적인 속내를 내비치며 블래터 회장에게 축하의 뜻도 전했다.
당초 미국축구협회와 함께 알리 부회장의 당선을 원했던 호주축구협회도 유사한 입장을 나타냈다. 프랭크 로위 호주축구협회장은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FIFA가 강한 도전에 직면한 사실을 분명히 했다. 선거결과는 인정하지만 알리 부회장이 받은 73표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블래터 회장이 웃게 됐지만, FIFA 개혁에 대한 주위의 요구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사진= 제프 블래터.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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