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명작극장’이라는 팟캐스트 채널이 흥미롭다. 최근 정규방송 못지않게 팟캐스트라는 형태를 가진 다양한 목소리들이 대중들에게 수용되고 있다. 동시대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현대사회에서 라디오라는 매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눈에 드러나지 않을 만큼 미미해 보인다. 이는 팟캐스트나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이 청취자 입장에서 TV 드라마나 영상적 접근보다는 좀더 능동성을 필요로 하는 매체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웹진 ‘문장’에서 운영하는 라디오 명작극장은 1920년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문학 작품을 박정석 연출가(극단 바람풀 대표)와 대학로의 연극배우들이 라디오 드라마형식으로 소개하고 읽어주는 코너이다. 사회자 겸 텍스트의 내레이션을 맡은 DJ는 문학평론가 허희가 맡고 있다.
매주 1회에 걸쳐 팟캐스트 ‘문장의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라디오 명작극장은 각 시대별 작품의 특징을 현대성에 맞도록 각색돼 서비스된다. 무대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 연출가의 입체적인 방식으로 라디오 드라마는 구성된다. 제작진과 작품을 선정하고 각색해서 작품에 맞는 연극배우들과 호흡하는 방식이다. 1920년 김우진 희곡 ‘난파’, 1920년 염상섭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 1930년 채만식 ‘삼대’, 1940년 함세덕 희곡 ‘동승’, 1960년 김승옥 소설 ‘서울, 1964년 겨울’, 1970년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0년 차범석 희곡 ‘산불’, 1990년 이윤택 희곡 ‘오구’등이 진행되거나 계획 중이다.
수많은 팟캐스트가 생겨나고 있지만 우리 희곡 고전명작을 읽어주는 라디오 드라마 코너는 보기 드물다. 그 중에서도 우리 문학의 유산 중 희곡에 대한 문학적 소외현상이 심한 가운데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라디오를 통해 들려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라디오(팟캐스트)라는 매체의 특징과 문학의 만남이 처음 있는 시도는 아니다. 외국의 경우 라디오가 고전작품을 목소리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꾸준히 해왔고, 우리나라 역시 문학작품을 읽어주는 형태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꾸준히 아나운서들의 입을 통해 존재해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시대성일 것이다. 미디어와 영상시대와는 다르게 라디오만이 줄 수 있는 집중력과 공감의 폭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의지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진행을 맡은 문학평론가 허희는 팟캐스트라는 매체가 새롭게 나타나면서 아무래도 문학이 독자들에게 시각적인 동체로서가 아니라 들리면서 동시에 상상을 계속 가능하게 하는 지점들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고전이라고 어렵게 생각되던 작품들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이 지금 시대에 적실한 시도라고도 한다.
박 연출가는 매월 시대별 작품을 선정하고 대학로의 배우들과 호흡하며 목소리라는 매체의 전달 방식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뚝심 있게 문학작품의 연극화 작업을 해온 그는 우리나라에서 예술만큼은 최소한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오독하고, 마음껏 비뚤어져보고 또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라디오 명작극장은 ‘깨끗한 형태의 낭독’을 대중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배우들의 낭독을 통한 ‘깨끗한 읽기’에서 오는 각자의 상상력들, 그것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인물의 상황 속에서 내뱉는 울림들을 이쪽에서 마음껏 상상해보는 것 역시 라디오만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우리 문학의 유산을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받는 경험은 새로운 문학읽기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라디오 드라마라는 양식이 귀하고 소중한 이유는 무엇보다 대중들에게 멀어지고 있는 문학의 공감과 보편성확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경주 시인ㆍ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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