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요 부위 좌관 동맥 주간부, 스텐트 시술 가능 세계 최초 증명
'치료의 혁명' 대동맥판막 스텐트, 아시아 단일병원 최다 시행 명성
"무분별한 시술보다 정확한 진단, 환자 수 늘어도 건수 감소 새 역사"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8개의 전문센터를 가진 국내 최대 심장병원이다. 심장혈관 스텐트 중재시술 분야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을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심장이식수술, 판막 및 대동맥 수술, 부정맥 치료, 심장영상과 말초혈관질환까지 독보적인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혈관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협진하고, 응급상황이 많은 질환 특성상 24시간 응급의료 시스템을 운영하며, 전문 의료진이 치료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심장병원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심장 권위자 박승정 심장병원장(심장내과 교수)을 만났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도 스텐트로 치료”
박 심장병원장은 1991년 협심증 환자에게 금속망을 넣어 심장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심장혈관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좌관 동맥 주간부에도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박 원장팀은 2010년 국내 최초로 심장 판막에도 스텐트 치료를 도입해 판막질환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노화로 인한 퇴행성 석회화 등의 원인으로 대동맥판막 입구가 좁아져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TAVI)은 스텐트 안에 조직판막을 넣은 형태를 심장혈관 스텐트와 같은 방식으로 환자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삽입하는 시술이다. 2010년 첫 시술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단일병원으로 가장 많은 200례 이상 시행했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경우 수술하지 않으면 50%의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후 5년 이내 사망한다. 하지만 2010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현재까지 5년 이상을 생존하며 국내 대동맥판막협착증 스텐트 시술 후 최장기 생존자가 됐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심장 중재시술과 심장수술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흉부외과 의사가 모든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에 함께 참여해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일반적인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과는 달리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심장초음파 전문의 등 여러 의료진들의 유기적인 협진 체제가 없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시술”이라며 “평균 78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술이라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모든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심장의 문’이라고 불리는 심장판막은 1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점점 내구성이 좋은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3세대 스텐트 판막까지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스텐트로 치료하는 것을 의료계에서는 ‘심장 치료학의 혁명’으로 부른다. 수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했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로 고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TAVI)을 받은 환자군이 수술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AVR)을 받은 환자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는 미국심장학회 연구결과도 있다. 박 원장은 “70세 이상 고령환자에게만 적용했던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앞으로는 더 젊은 환자에게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 세계 심장 치료의 표준 정립”
연간 2,000건 이상으로 국내 최대 관상동맥 스텐트 중재시술을 하던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이 최근 시술 건수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 환자 수는 늘어났지만 스텐트 시술 건수가 감소한 것은 더 정확한 진단방법 때문이다.
박 원장은 “심장혈관 조영술 검사에서 관상동맥이 좁아져 보여도 실제 혈관 안쪽에서 혈류의 흐름을 확인하는 기능검사(FFR)를 하면 혈류속도가 정상인 경우가 많다”며 “무분별한 스텐트 시술을 하기보다는 심장혈관 내 FFR을 통해 더 정확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했다.
박 원장은 의학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5번이나 연구논문을 게재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5년부터 20회째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에서 개최하는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 심포지엄’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4,000명이 넘는 심장중재시술 관련 의학자가 찾아와 최신 중재 시술 의학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한 ‘대동맥판막 중재시술 국제 학술회의’도 매년 300여명의 세계적 석학이 참여하고 있다.
매달 전 세계 중재시술 의학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재시술 교육은 해외 의학자들이 심장병원을 찾아 1대 1로 교육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900여명이 다녀간 글로벌 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심장병 예방 및 재활센터’는 2011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국제 인증을 받은 글로벌 표준 프로그램이다. 박 원장은 “심장재활은 심장병 재발과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 궁극적으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 유병률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독보적 심장 수술 실적과 치료성공률”
김재중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이 이끄는 심부전심장이식센터에서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이식 생존율도 1년 95%, 5년 86%, 10년 76%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의 1년 생존율 81%, 5년 69%, 10년 52%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심장이식 기관으로 손꼽히는 미국 스탠퍼드대, 텍사스 심장센터와 동일한 수준이다.
또한 심장수술에서도 독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이 아닌 몇 개의 구멍를 통해 로봇팔을 이용하는 다빈치 로봇 심장수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500례 이상 시행하고 있다.
심장질환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심되면 그 즉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질환이다. 응급실 내 응급중환자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급성 흉통, 실신 환자의 신속한 응급진료가 가능하다. 또한 심장병원 당일입원실 운영으로 신속한 검사, 시술, 추후관리 등 집중관리가 이뤄진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대동맥질환센터는 365일 24시간 응급진료시스템을 운영해 대동맥질환 환자들의 초응급 상황을 가장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체외심폐순환기실을 24시간 상시 운영체계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전담팀도 운영하고 있다. 체외심폐순환기는 급성으로 심장이나 폐질환이 악화된 환자의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의료장비다. 환자들의 소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 체외심폐순환기는 전문 의료진이 없으면 불가능해 국내에서도 체외심폐순환기로 치료하는 병원이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박 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체외심폐순환기 전담팀이 꾸려진 후 성공률이 70%를 넘어섰다”며 “병원 내에 발생하는 응급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체외심폐순환기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전용 응급차를 이용해 전담팀이 직접 가서 환자를 이송해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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