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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이 5회 김택형 카드를 꺼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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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이 5회 김택형 카드를 꺼낸 이유

입력
2015.05.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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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김택형

넥센이 대구 원정 경기에서 보여준 건 홈런쇼 만은 아니었다. 넥센 마운드의 '미래'들도 차례로 등판했다.

넥센은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13-6으로 승리를 거뒀다. 스나이더와 박헌도, 박병호의 3타자 연속 홈런이 나오는 등 홈런만 5개를 터트리며 삼성 마운드를 완전히 두들겼다. 넥센이 가진 '화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타자들의 맹활약에 가려졌지만 이날 넥센의 마운드의 움직임도 의미가 있었다. 선발로 나선 김동준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79순위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1군 경기에 5번 등판해 6이닝을 소화한 게 통산 경력의 전부였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5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까지 평균 구속이 시속 138km정도가 나왔는데 올해는 143km 정도로 올랐다.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나오더라.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다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제구만 되면 쉬운 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올 시즌 네 번째 선발 등판에서 삼성 타선을 넘지 못하고 4이닝을 소화하며 5피안타(1홈런) 2볼넷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염경엽 감독은 "어린 선수에게는 결과를 당장 바란다기 보다, 투구를 하면서 어떤 걸 얻어가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당초 3경기 정도 선발 등판 기회를 줄 예정이었던 김동준에게는 5번째 선발 등판 기회도 약속했다.

더 눈에 띄었던 건 김택형의 등판이다. 넥센은 5-5로 맞선 5회말 김동준에 이어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빙의 상황에서 꺼낸 다소 의외의 카드였다.

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넥센에 입단한 김택형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10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하고 있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염경엽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유망주로 개막전 엔트리까지 승선했지만, 아직까지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김택형은 첫 타자 박한이에게 2구째 직구를 통타 당해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후 채태인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최형우와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넥센 벤치는 김택형을 내리고 김영민을 올렸다.

넥센은 왜 동점 상황에서 김택형을 마운드에 올렸을까. 경기 후 만난 염경엽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써봐야 (중요한 상황에도) 쓸 수 있는 선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잠재력을 가진 김택형에 대한 기대가 드러난다. 이번 등판을 잘 막아주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 셈이다.

하지만 김택형은 벤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추가 실점했을 경우 분위기가 삼성으로 완전히 넘어가 승리가 요원해질 수도 있었다. 염 감독은 "아직은 안 되는 것 같다. 더 준비를 시켜서 후반기에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내일(29일) 엔트리에서 제외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고, 1군과 동행하며 훈련을 꾸준히 시킬 계획이다. 조상우가 그랬던 것처럼 확실한 1군 자원을 만드는 넥센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 투수로 나섰던 김정훈도 염경엽 감독이 눈여겨 보는 기대주다. 지난해까지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김정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필승조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개막 직전 밸런스가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이날 9회말 등판해 볼넷 2개를 내줬지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염경엽 감독은 "김정훈은 1군에서 자꾸 던지게 하면서 스피드를 더 올리고, 적응하게 할 생각이다. 보직은 던지는 걸 보면서 정할 생각이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등판 시키지 않고, 크게 이기거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려 시험을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넥센의 마운드 고민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유망주 자원들이 껍질을 깨고 나와야 이 고민이 해결될 수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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