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가 9월에 또 온단다. 이쯤 되면 ‘뮤즈 홍대 자취설’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할 수준이 아닐까 싶다. (물론 농담이다 ^^)
우리가 뮤즈라는 밴드로부터 기대하는 음악적인 요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을 것이다. 과거의 퀸(Queen)이 그랬던 것처럼, '거대 스케일'에 대한 집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고 해야 할까. 일례로, 런던 올림픽 오피셜 송 'Survival'에서 뮤즈는 자신들의 음악적인 포커스를 더욱 명료하게 가져간 바 있다. 이른바 밴드의 ‘확장지향적 사고’를 본격화했다는 측면에서 'Survival'은 그들의 히트곡인 ‘Uprising’이나 ‘Resistance’의 ‘3D 버전’으로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즈의 통산 6집 [The 2nd Law]는 발표되자마자 격렬한 찬반양론에 직면해야 했다. 바로 수록곡 'Madness'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스 차트 정상에 오른 'Madness'에서 뮤즈는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 중에서도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덥스텝(Dubstep)을 사운드스펙트럼 속으로 끌어온 것이다. 덥스텝은 초저음역대 베이스 라인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전자 음악의 일종. 2000년대 초반 발명된 이래 꾸준히 팬 베이스를 늘려가며 현재는 메인스트림 팝 계에서도 확고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뮤지션으로서는 스크릴렉스(Skrillex), 노래로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Hold It Against Me'를 들어보면 대략 어떤 스타일의 장르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필연적으로 'Madness'는 과거의 뮤즈 음악답지 않게 대중을 압도하지 않고, 도리어 은은한 여운 을 듣는 이들에게 남겼다. 만듦새로 따지자면 'Survival'나 같은 앨범의 오프닝 트랙인 ‘Supremacy’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봐도 좋을 싱글이었다. 이 곡에서 보컬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는 포효하기보다는 관능적으로 노래하고, 야심을 드러내기보다는 내면의 격랑을 은밀한 톤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과연, 영국의 음악주간지 [New Musical Express]의 표현을 빌리자면, "섹슈얼 슬로우 잼(Sexual Slow-Jam)"이었다.
그리고 2015년. 뮤즈는 총 세 곡의 싱글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7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7집의 타이틀은 예고된 대로 [Drones]. 매튜 밸라미는 한 인터뷰에서 새 앨범의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던 바 있다. “Drones는 사이코패스의 다른 표현이다. 스스로의 의지 없이 병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부류를 말한다. 세계는 드론에 의해 돌아가고 있고, 드론은 계속해서 누군가를 드론으로 만들고 있다. 새 앨범은 희망을 잃어버린 인간이 자신을 버리고 시스템에 세뇌되어 인간 드론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러니까, 음반의 컨셉트는 ‘Uprising’의 정반대인 셈이다. 시위하는 군중들에게 영감을 받아 작곡한 ‘Uprising’과는 달리, 이번 신작에서 뮤즈는 현대 사회의 인간군상을 비판적으로 묘파해낸다.
그래서일까. ‘Psycho’, ‘Dead Inside’, 그리고 ‘Mercy’까지, 선공개된 싱글들은 모두 ‘강렬한 이미지’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고저를 섹시하게 넘나들며 감정의 진폭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매튜 벨라미의 보컬도 여전하다. 이번에도 누군가는 ‘과잉’이라고 느낄 테고, 뮤즈의 광팬이라면 ‘역시 뮤즈!’를 외치면서 물개박수를 보낼 게 틀림없을 음악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이냐고? 음, 그냥 딱 중간 정도라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주제의 깊이 같은 것을 떠나 현재까지의 3곡만 놓고 보자면, 음악적으로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다는 게 솔직한 독후감이다. 곧 발매될 앨범을 기다려보자.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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