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정철길 사장
2018년 기업가치 3위 목표 제시
“실적호조는 잠깐 왔다 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다. 다시 도래할 겨울폭풍에 대비하려면 올해를 마지막 골든 타임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내 최대 유화업체 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 사장은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위기’와 ‘기회’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37년 만에 적자였던 지난해 ‘실적 쇼크’에서 벗어나 올해 1분기 3,2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낙관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수익 및 사업구조를 혁신하면 현재 11조원의 기업가치를 2018년 30조원대로 키울 수 있다”며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만큼 정 사장은 올해 국내외 경영환경을 위기로 인식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정유업계는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유럽의 저성장, 셰일혁명과 글로벌 설비증설로 공급이 넘치면서 어려움을 맞고 있다. 중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2008년 하루 900만배럴에서 2018년 1,500만배럴로 증가하고, 중동과 인도도 2018년까지 200만배럴씩 늘어날 전망이다.
화학사업도 세계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늘리고 있고, 셰일기반의 저가원료투입 설비확대로 앞길이 순탄치 않다. 정 사장은 “유가등락 등 외부환경에 취약한 상황에서 설비로 경쟁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에 예전처럼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열심히 일하는 전략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며 “한국과 일본, 중국 업체들이 협력해 생산시설을 공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 사장이 밝힌 SK이노베이션의 생존전략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탄탄한 사업구조 구축이다. 석유개발(E&P)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유에스(US) 인사이더’ 전략을 수립했다.
화학부문은 중국 중심의 성장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강화한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손잡고 만든 중한석화에서 운영하는 우한 나프타분해공장은 올해 1분기 836억원의 흑자를 내며 중국 진출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석유사업 부문은 주요 산유국과 협력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또 석유제품 수입국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수출 길을 넓힐 계획이다. 자체기술로 개발한 넥슬렌(고부가 폴리에틸렌) 및 프리미엄 윤활기유 등 고수익 제품 생산도 계속 확대하기로 했다.
사업 구조도 혁신한다. 정 사장은 순차입금 규모를 계속 줄이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인수합병(M&A)과 합작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직원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일과 싸워 이기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 ‘스피드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현재 시가총액 25위인 기업가치를 2018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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