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석방 출소는 10명 중 1명
형기 3분의 1 지나면 가능한데도
대부분 집행률 80% 넘어서 출소
대상자도 갈수록 줄어 취지 무색
"개방형 행형이 세계적인 추세"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용 중인 가석방 제도 등 국내 교정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가석방은 특별사면과 달리 행정절차로 보장된 재소자의 권리에 가깝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형기의 3분의 1 이상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결정하는 특별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일정 형기가 지나면 자동적으로 가능한 법적 장치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형식적이고 엄격하게 가석방 기준을 적용해 개방적 행형이 대세인 해외 선진국들과 달리 재소자 인권을 무시한 채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완종 특사 논란처럼 정치적 쟁점이 불거지면 여기 함께 얽혀 가석방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8일 법무부 교정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미결수용 중 집행유예, 보석 등 출소자와 벌금미납으로 수용된 뒤 출소한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 국내 출소자 10명 가운데 가석방 출소는 1명에 불과하다.
전체 출소자 중 가석방 출소 비율은 2011년 12.9%에서 2012년 12.2%, 2013년 11.4%로 낮아졌다.
최근 5년간 교정기관에 수감된 재소자 숫자는 큰 변화가 없는데 가석방 대상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교정학회가 주최한 ‘사회 내 처우제도의 개선과 전망’이란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준현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교정기관에 수감된 재소자 수는 4만7,966명에서 4만6,708명으로 2.6% 줄어드는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가석방 대상자는 8,524명에서 6,500명으로 23.7%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가석방 출소자의 형기 집행률(수형자가 복역한 형기 비율)도 상당히 높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형기집행률이 80~90% 수준인 가석방자 비율은 2011~13년 사이 평균 63%였지만 같은 기간 형기집행률이 80% 미만인 가석방자 비율은 8.9% 뿐이었다. 즉, 가석방 출소자의 대부분이 교도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뒤 출소가 임박해서야 사회에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재소자들에 대해 ‘가석방을 통한 교화’ 보다 ‘수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선진국에서는 형기 집행률이 80%에 이르도록 가석방을 용인해 주는 경우가 드물다. 1968년 가석방 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형기의 3분의 1이나 3분의 2를 채우면 가석방 심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 1970년대 영국 전체 수형자의 50% 이상이 가석방으로 사회에 복귀했다. 또 4년 이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재소자가 형기의 절반을 경과하면 자동으로 가석방 되는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2005년에 절반형기제를 통해 모든 재소자가 형기의 절반을 넘으면 가석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독일은 형기의 4분의 1이상, 미국은 마약범죄와 아동 성폭력 범죄 등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 형기의 5분의 1 이상 채우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른다. 그만큼 선진국들의 가석방 제도는 폐쇄적인 국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의 가석방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승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 내 처우를 강화하는 개방형 행형이 세계적인 추세인 점을 감안해 가석방 기회 확대 등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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