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과정 등 불분명해 논란
미 군사당국이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실수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보내는 바람에 실험 요원 22명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한미군 측은 외부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으나, 폐기 과정 등 사후처리 검증이 끝나지 않은 만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또 주한미군이 오산기지에서 어떤 목적으로 치명적 생물학무기로 이용될 수 있는 탄저균 실험을 실시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8일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고, 외부로 유출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활성상태의 탄저균 표본을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보냈으며 이 가운데 1개의 표본이 오산의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갔다고 밝힌 바 있다.
생물학무기로 쓰이는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독소를 생성해 혈액 내의 면역세포를 손상해 쇼크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 병균이다. 따라서 보통 탄저균은 비활성 상태로 각종 제독 실험에 사용한다. 주한미군도 “그 동안은 죽은 상태의 ‘비활성화된’ 탄저균을 제공 받아 실험에 활용해왔지만 탄저균 초기 상태에 대한 식별이 어려워 훈련요원들이 배양실험을 진행하고 나서야 탄저균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측은 사고 발생 직후 훈련에 참여한 22명의 요원을 상대로 백신 접종 및 항생제 투여 등의 조치를 취했고 감염 증상을 보이는 미군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또 유해물질관리팀을 즉각 소집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에 따라 탄저균 샘플을 전량 폐기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저균이 언제 배달됐는지와 폐기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어 의구심은 여전한 상태다. 통상 미측은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위협 물질 반입 때 우리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는데 이번에는 비활성화된 훈련용 표본으로 알고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가 된 뒤인 27일에야 국방부 외교부 질병관리본부 등에 통보가 이뤄졌고, 보건당국은 이날 오산기지를 방문해 실험실 안정성 여부를 점검했다.
주한미군이 오산 공군기지에서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탄저균 실험을 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북한의 탄저균 등 생물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저균 제독 실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는 관측만 나오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탄저균에 감염된 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를 보유하고 있고, 관련 예방 백신은 2016년 개발을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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