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성장률은 마이너스
브라질 헤알화 가치 5년 새 반토막
환헤지 어려워 손실 고스란히
펀드·채권 수익률 뚝 떨어져
"비중 축소" "저점 매수해야"
증권사들 전망 엇갈려
세계 8위 경제대국 브라질이 고물가ㆍ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국 재무장관마저 단기간 회복은 어렵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때문에 브라질 펀드와 채권에 투자했던 국내 투자자는 속이 탄다. “바닥을 쳤다”며 추천을 하는 증권사가 있는 반면 “내려갈 곳이 남았다”며 조심스러워 하는 곳도 있어 투자자들은 더 헷갈린다.
늪에 빠진 브라질 경제
브라질은 2010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5%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0.1%로 추락했고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27일 로이터가 주요 전문가 및 연구기관 전망을 종합한 결과 브라질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잘 나가던 경제가 망가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우마 호세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게 주 원인이다.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가는데 정부가 재정을 대폭 확장하는 엇박자 정책으로 화를 키웠다. 특히 월드컵과 올림픽을 연속 개최하며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부어 적자 폭을 늘렸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된 점도 악재가 됐다. 이런 이유들로 경제가 흔들리니 환율이 급등(헤알화 가치 급락)하면서 물가 또한 대폭 상승했다.
문제는 현재가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점. 올해 1월 취임한 조아킴 레비 재무장관이 재정건전성 강화(지출 삭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당분간 인위적 경기부양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비 장관은 24일(현지시간) “2016년까지는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점매수” vs “더 기다려야”
2010년 전후 고금리와 비과세에 혹해 브라질 국채에 직접 투자한 이들은 상당한 손해를 봤다. 표면금리는 높지만 원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해 실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6월 1헤알은 700원이었으나 지금은 그 절반인 350원 수준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 국채 금리(수익률)가 12%인데, 같은 기간 헤알화 가치가 13% 하락했다면 투자자는 실제로 손해 본 것이 된다. 헤알화는 위험회피(헤지)하기 어렵고 그 비용이 많이 들어 환차손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펀드 투자자 역시 손해가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주식형 펀드 6개월 수익률은 -19.53%, 1년 수익률 -23.87%, 3년 수익률 -32.46%다.
증권사들은 브라질 자산 투자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치 불안, 정책 불신이 계속되는 경우 헤알화가 더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며 “자산 중에서 브라질 채권 비중이 과도한 고객에게는 축소를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점 매수 기회”라며 공격적 접근을 주문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라질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이 힘들지만 정치상황은 큰 고비를 넘었다”며 “이제 저점에서부터 쌓아가는 분할 매수 전략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브라질 국채 투자자 보호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 준법감시인을 소집해 브라질 채권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증권사는 브라질 신용등급(현재 S&P 기준 BBB-)이 투기등급(BB+ 이하)으로 강등되면 국채 판매를 중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판매 시 충분히 위험을 설명했는지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브라질 경제 및 환율 상황을 관찰해 계속 악화되면 추가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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