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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효과 압도적, 캐릭터는 평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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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효과 압도적, 캐릭터는 평면적

입력
2015.05.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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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에서 일어난 최악의 지진을 가상한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
미국 서부에서 일어난 최악의 지진을 가상한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은 1960년 칠레에서 발생한 규모 9.5의 지진이었다. 당시 1,600여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200만명이 집을 잃었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같은 규모의 지진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미국 서부 샌 안드레아스 단층 지대에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샌 안드레아스’는 익숙한 재난영화의 공식에 규모 9.5의 지진을 대입한다. 고층빌딩이 촘촘히 박혀 있는 대도시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펼쳐질 지옥도를 온갖 시각효과를 동원해 그려낸다.

압도적인 시각효과를 활용한 가상체험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초고층 건물이 무너져 도미노처럼 작은 건물을 덮치고 도로는 엿가락처럼 휘며 현수교가 연필심처럼 부러진다. 아비규환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죽거나 살아남는 걸 지켜보다 보면 얼마 전 일어났던 네팔 지진 참사가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샌 안드레아스’는 간판과 인테리어만 새로 바꾼 가게 같다. 시각적으론 새로운데 알맹이는 고루하다. 용감한 가장, 씩씩한 딸, 정의로운 청년 등 종이인형처럼 평면적인 캐릭터들은 제 자리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기능한다. 지질학자 로렌스 헤이즈(폴 지아매티)가 지진파를 감지할 때, 레이가 새 남자친구와 가정을 꾸리려 하는 아내를 보고 상심할 때, 블레이크 앞에 말쑥한 영국 청년이 나타날 때 관객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훤히 내다보게 된다.

그래도 어필하는 구석이 있다면 그것은 대지진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소시민 영웅이 목숨을 걸고 가정의 행복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다. 미국 네바다주 후버댐의 미확인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가 캘리포니아 샌 안드레아스 단층까지 퍼져 LA와 샌프란시스코를 뒤흔들 때 구조대 헬기 조종사 레이 게인즈(드웨인 존슨)는 고증빌딩에 갇힌 아내 에마(칼라 구기노)를 구하러 나선다. 에마는 새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한 뒤 레이에게 이혼 서류를 보내 놓은 상태. 겨우 아내를 구해낸 레이는 헬기를 몰고 에마와 함께 대학생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사고로 첫째 딸을 잃은 뒤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던 레이는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필사적으로 대지진과 쓰나미의 중심부로 들어간다.

종말론적인 재난이 사실적으로 다가올 때 영화는 종종 공포영화로 탈바꿈하곤 한다.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세계 공통의 가치는 공포가 극에 달할수록 더욱 환한 빛을 띤다. 나태하다 싶을 정도로 빈약한 서사구조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이 영화가 강조하는 가족애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망막신경을 마비시키는 스펙터클은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인식마저 마비시킨다. 킬링타임용 팝콘영화로 더할 나위 없다. 그 이상을 기대하지만 않으면 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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