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선 꽃 내음이 나네요…/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동화 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 1970년대 포크 듀엣 ‘4월과 5월’이 부른 장미라는 노래의 한 소절이다. 연인을 아름다움과 향기 가득한 장미에 비유한 러브 발라드송이다. 비슷한 시기 밴드 ‘사랑과 평화’는 “그대가 보내준 장미 한 송이/이별의 선물로 장미 한 송이…/가시가 돋친 장미 한 송이/ 내 마음 내 가슴 콕콕 찌르네”라며 아름다움 이면에 감춰진 가시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노래를 냈다.
▦ 팝 음악에서는 여성 보컬리스트 재니스 조플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더 로즈(The Rose)’의 주연을 맡은 베트 미들러가 부른 동명 타이틀곡이 기억에 남는다. 화려한 무대 이면의 공허한 삶을 견디지 못해 약물에 의존하다 요절한 재니스 조플린을 “겨울의 매서운 눈 더미에서도 봄 햇살의 사랑을 받아 피어나는 장미”로 묘사했다. 영화 ‘배트맨 포에버’의 주제가 ‘키스 프롬 어 로즈(Kiss from a Rose)’는 붉은 장미와 암울한 잿빛도시 고담의 절묘한 어울림이 돋보인다.
▦ 대중가요뿐 아니라 장미는 문명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포 지역도 넓거니와, 개량종을 합쳐 2만5,000종을 넘다 보니 다양한 사연이 깃들기 마련이다. 꽃들이 갖는 의미도 무궁무진하다. 붉은 장미는 열정과 기쁨, 흰 장미는 존경과 순결과 연결된다. 분홍은 행복한 사랑, 주황은 수줍음과 첫사랑의 고백을 뜻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붉은 장미, 성모 마리아는 흰 장미의 상징이다. 붉은 장미를 문장(紋章)으로 쓴 랭커스트가와 흰 장미 가문 요오크가가 30년간 다툰 ‘장미전쟁’은 장미라는 이름을 내건 가장 비극적 사건이다.
▦ 울산대공원, 전남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등 남도서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장미 향이 어느덧 에버랜드, 서울대공원, 중랑천 등 수도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장미축제 30주년을 맞는 에버랜드에선 내달 14일까지 행사기간 누적 입장객 5,000만 명 돌파여부가 관심거리다. 이 참에 셰익스피어가 줄리엣의 입을 빌어 “장미라는 이름을 갖기 전부터 향기로웠다”고 예찬했던 장미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한창만 논설위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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