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Listening and Speaking
1980년대 초 미국 서부의 10,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문장 끝을 올리며 말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마침표 문장의 억양은 내려야 정상인데 마치 나열하듯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도시에 사는 젊은 여성들의 유행으로 번졌다고 하여 한 때 urban accent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체성을 과시하려는 억양은 매우 특이한 발성을 낳았다.
California 남부 LA county의 San Fernando Valley 지역은 큰 산협 사이에 위치한 넓은 골짜기다. 이곳은 면적의 3분의 2가 LA시이고 인구 180만이 사는 곳으로서 백인(41%) 히스패닉(41%) 아시아인(12%) 기타 흑인의 분포를 보인다. 여기서 백인 여성들의 있는 체하기를 좋아하는 유행이 영어 발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지 젊은층 사이에 인기 있는 이 지역을 'The Valley'라고 부르고 이곳의 억양이 unique하게 들리면서 외지인들의 ‘따라하기 발성’이 나왔다. 미국 전역과 호주 영국 심지어 비영어권에서도 이 발성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런 발성을 valley girl talk, valleyspeak라 하고 억양 자체는 valley intonation, valley accent라고도 말한다.
미국인들은 영국이나 캐나다 사람들보다 좀더 비음을 강하게 내는 편이다. 미국 서부의 valley intonation은 이보다 조금 더 심하게 비음을 섞어 성대 부분을 아래로 깔고 ‘그르릉’ 소리를 내는 자세로 말을 하는 방식이다. 프라이팬에서 기름이 끓으며 튀기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vocal fry’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creaky voice(삐걱거리는 소리)라고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기름을 쳐야 하거나 윤활유가 필요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가령 ‘Get out’을 발성할 때 예삿말로 하는 게 아니라 성대 안쪽 깊이에서 발성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내는 맑고 분명한 소리인 ‘modal voice’와 크게 구별된다. 음악에서는 이를 ‘성대 안착’이나 ‘성대 넓히기’의 훈련법으로도 활용하지만 어째 됐든 일상의 발성법은 아니다. 이런 발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농담조로 ‘He creaks’ ‘Do you creak?(왜 그르렁 소리로 말하느냐)’라고 한다.
valley girl talk식 말하기에는 콧소리와 문장 끝을 올리는 것 등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특징 중 일부가 '그르렁' 발성을 하는 vocal fry와 creaky voice이며 vocal fry 발성은 이제 서부 지역과 상관없이 개인의 취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어도 시원찮은 외국인이 이런 발성을 따라하면 듣는 사람이 웃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10대 20대 여성 중에도 심한 비음을 섞어 혀 짧은 발성을 하면 애교가 있고 남성에게 매력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valley accent에 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쟁이 많았고 언어학자들의 논문도 많아 원어민이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할 발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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