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고객에 금리 우대·카드 할인 등 혜택
금융 소비자 보호 헌장 제정하고 핀테크 시대 보안 검사도 강화
5월의 첫 영업일인 지난 4일 우리은행 임직원 50여명은 이른 아침 서울 여의도 대로변으로 향했다.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기 위한 판촉 행사는 은행들의 오랜 관행이지만, 이날 캠페인의 목적은 달랐다. 캠페인의 이름은 ‘좋은 엄마 아빠 되기’.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임직원들은 일찍 퇴근해 자녀와 함께 식사하기, 매일 자녀와 대화하고 놀아주기 등 ‘좋은 엄마 아빠 되기’ 실천 방법이 적힌 안내장과 가족 나들이를 권장하기 위한 에코백(다용도 가방)을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직접 직장인들에게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했다. 이 캠페인은 여의도뿐 아니라 전국 990여 개 영업점 주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5월 8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됐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우리은행 미술대회가 열린 10일에는 잠실운동장에서 같은 내용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뤄진 이벤트이지만, 이 행사에는 우리은행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이광구 행장은 ‘우리나라 1등 은행’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최우선 실천 과제로 ‘고객행복’을 꼽았다. 고객행복을 실천하기 위해선 돈을 맡기는 고객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최우선으로 따라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1등 은행이라는 최종적인 목표가 달성된다는 믿음이 이 행사의 바탕이 됐다.
우리은행은 일회성 캠페인으로 그치지 않고 지난달 27일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만큼 고객에게 금융혜택으로 돌려주는 ‘좋은 엄마 아빠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가족과 함께하면 20% 할인혜택을 주는 ‘좋은 엄마 아빠 카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입하면 카드포인트 적립과 금리우대 혜택을 주는 ‘좋은 엄마 아빠 적금’과 ‘어린이 적금’ 등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고영배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장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의 ‘좋은 엄마 아빠 되기’를 우리은행이 금융혜택과 서비스로 지원해 가족친화 환경조성에 기여하는 일종의 공익사업”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동참하도록 지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고객행복을 위한 우리은행의 또 다른 활동으로 금융소비자보호를 꼽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특히 소비자 중심의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금융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잘 갖추어진 제도나 시스템만으로는 고객 불만을 크게 줄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만이 나오기 전에 소비자의 시선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불만이 발생하는 상황을 사전에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 헌장’을 제정, 전 임직원이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고객과 가장 가깝게 마주치는 영업점에 소비자보호를 전담하는 ‘고객행복매니저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 정비도 단행했다.
지난 2월에는 이광구 행장과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인 이동건 수석부행장이 함께 민원 청정은행 만들기를 위한 실천결의와 서명행사를 본점 영업부에서 실시했다. 이를 계기로 민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영업점과 본부 부서들에 관련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핀테크(FinTech)가 금융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아도 지난해 카드사 정보 유출과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 순식간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보안과 관련한 사전 규제를 줄이는 대신 금융회사들에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개별적으로 마련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선 민감한 고객 정보를 다루는 내부 직원들에 대한 보안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신분증 위ㆍ변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신분증 진위 확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외부로의 이메일 전송 승인 권한 자격도 기존 팀장에서 부서장으로 격상했다. 인터넷망을 업무용과 외부용으로 완전히 나누는 물리적 ‘망 분리’ 작업도 끝냈다.
또한 은행권 최초로 피싱, 파밍 등 전자금융사기를 방지하는 ‘원터치 알림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면 따로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휴대폰 단문메시지(SMS) 입출금 통지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고객 당사자가 아닌 이용자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등 보안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전담팀을 운영해 고객이 평소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에 접속하던 방식과 다른 형태로 접속할 경우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 또 본점과 영업점에서 고객정보가 적힌 문서를 컴퓨터로 출력할 때 고객정보가 자동으로 지워진 채 문서가 나오게끔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보안카드 외에 근거리무선통신(NFC)형 일회용비밀번호(OTP)등 다양한 신규 보안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보안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보안사고에 대한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고객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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