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넥센의 오랜 고민은 마운드에 있다. 여러 해 전부터 유망주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확실한 믿음을 주는 토종 에이스를 찾기 힘들었다. 2009년 이현승이 13승을 올린 뒤 지난해까지 5년간 두 자리 수 승리를 기록한 토종 선발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로 변신한 한현희가 팀 내 토종 선발 마운드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홀드 1위를 차지했던 한현희는 올해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2패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해 다승 공동 2위(27일 현재)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 다소 기복을 보였지만 최근 꾸준한 모습으로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6년 만에 팀 내 토종 10승 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7일 삼성전에서도 매 이닝 주자들을 내보냈지만,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5이닝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한현희의 투구수다. 한현희는 이날 120개의 공을 뿌려 데뷔 후 개인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 손혁 넥센 투수코치는 "현희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120개를 던지면서 꾸준히 평균 구속이 144~145km가 나왔다. 이제 선발 투수의 체력이 된다는 것이다"며 "이런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를 올리고, 경험을 하면서 선발 투수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현희는 아직 '선발'로서의 자신에게 아쉬움이 많다. 한현희는 "내가 던질 때마다 타자들이 다 잘 쳐주고, 수비도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몸을 낮췄다. '선발 투수 한현희'에게 스스로 매기는 점수도 60점에 그친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용도 좋지 않고, 점수를 주더라도 이닝을 빨리 끝내면 야수들도 수비를 빨리 끝내고 타석에서 더 집중할 수 있을 텐데, 나 때문에 수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며 입맛을 다셨다.
중간 투수로 나설 때보다 신경 쓸 것들도 더 많다. 그는 "한 타자를 여러 번 만나기 때문에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한다. 매 이닝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빨리 감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아직 조금 어렵다"고 털어놨다.
아직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더 큰 희망을 걸 수 있다. 이제 막 선발 투수로서 첫 걸음을 뗐다. 손혁 코치는 "현희가 느린 공을 연습 중이다. 변화구가 완성되면 직구나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 될 것이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한현희는 "하고 싶던 선발 투수를 하고 있지 않나. 그것 만으로도 정말 좋다"며 웃음지었다.
대구=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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