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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 반기 든 사외이사, 교체 확률 두 배

입력
2015.05.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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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 안건 반대해도 자리 위태

CEO와 동향ㆍ동창은 절반 수준

국내 대기업에서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에 한 번이라도 반대한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 사외이사보다 이듬해 교체 확률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고경영자(CEO)와 동향이거나 고교 동창인 사외이사는 교체 확률이 일반 사외이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재훈ㆍ이화령 연구위원이 발표한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는 ‘CEO의 독단 견제’라는 사외이사의 주 임무가 경영진에 의해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010~2012년 매출액 상위 100개 비금융 기업의 이사회 관련 정보를 분석해본 결과 3년간 이들 기업의 9,101개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경우는 0.4%(33건)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사외이사진을 구성할 때부터 먼저 ‘내 편’인지를 철저히 따졌다. 1년간 안건에 한 번이라도 반대한 사외이사는 다음해 교체될 확률이, 찬성표만 던진 사외이사보다 1.95배나 높았다. 자산 2조원 이상 60개 대기업의 경우도 1.87배에 달했다. ‘까칠한’ 사외이사는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내 편 여부를 가르는 대표적 기준은 CEO와의 지연(동향), 학연(고교 동창)이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에서 CEO와 동향 출신인 사외이사가 다음해 교체될 확률은 타향 출신의 60%, 고교 동창은 비 동창의 53%에 그쳤다.

CEO와 연줄로 얽힌 사외이사들은 3년간 단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한 비율(동향 6%, 고교 동창 3%) 역시 연줄 없는 이사들(타향 10%, 비 동창 9%)보다 훨씬 낮아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여줬다. 이들은 이사회에 연줄 없는 사외이사의 비중이 높으면 적극 참석해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고 반대의 경우엔 아예 참석하지 않아 기권표로 경영진을 도왔다. “출석률을 통해 티 내지 않고 CEO를 돕는 행위”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기업들은 민감한 인사ㆍ경영 관련 안건을,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공석이 많아지는 매년 2,3월에 집중 처리하는 수완도 보였다. 실제 이사회 내에서 연줄 없는 사외이사의 구성비율은 2,3월에 최저, 4,5월에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연줄 있는 사외이사 비율은 정 반대였다.

보고서는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 만으로 구성하거나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는 방안, 소액주주의 전자ㆍ대리투표 도입, 사외이사와 CEO의 관계 공개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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