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목회자 등 15명 '화해 방문단'
위안부 피해자들 만나 용서 구해
"아베 정부 역사왜곡 등 심한 분노"
“지난날 우리 일본이 지은 죄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이제는 됐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저는 계속 사죄하겠습니다.”
일본 교회의 목회자 등 일본인 15명으로 구성된 ‘사죄와 화해 방문단’이 27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1,180차 수요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참회하고 사죄했다.
방문단 단장인 무라오카 타카미츠(77) 네덜란드 레이던대 명예교수는 이날 집회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할머니들께 드리는 사죄문’을 낭독했다. 그는 “일본군이 여러분을 상처 입히고 존엄을 짓밟은 역사에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특히 고노담화를 허망한 공문(空文)으로 만들고 교과서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감추는 일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또 “70년이 흘렀는데도 회개하고 잘못을 인정한 일본군은 겨우 수 명에 불과하며, 아베 내각을 비롯한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총리의 사과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며 여러분의 상처에 소금을 치는 것 같은 행위를 하는 데 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2003년 한 피해자를 만난 일을 언급하며 “그녀는 돈도 필요 없고 ‘천왕이 여기 와서 사죄하기만을 바란다’고 부르짖었다”고 했다. 일본 패전 당시 7세였다는 백발 신학자의 사죄를 가만히 듣던 이용수(87) 할머니와 길원옥(88) 할머니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구약성서 연구를 해 온 무라오카 교수는 인도네시아 위안부 피해 여성에 관한 책 ‘강제연행’을 펴내는 등 관련 저술 및 강연활동을 해왔다. 최근 제국주의 피해국에서 무료 강연을 해왔으며 지난해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대와 포항 한동대 강단에 서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한일교회협의회 하요한 목사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그는 “저의 노력이 부족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없었던 것을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고, 깊이 고개 숙인 뒤 두 할머니에게 악수를 청했다. 두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단의 손을 맞잡고 다독여줬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갈 길은 너무 먼데 일본은 피해자들이 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무라오카 교수는 이날 오후 8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사죄와 화해의 예배’ 설교에서도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악행을 사하고 그 죄를 기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하나님이 치매기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일본도 저지른 죄를 진정으로 회개해야만 용서를 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정치가들이 말로만 ‘전쟁 중의 것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은 얄궂은 태도로 의식 없는 한마디 말로 피해자들을 속이는 것은 용서될 수 없다”며 “일본이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 즉 과거를 잊지 않아야 훗날 배울 것이 있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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