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은 동료 투수 공 눈에 익어
타자들은 펄펄, 투수들은 징크스
송은범(31ㆍ한화)은 26일 대전 KIA전에서 또 한 번 조기 강판 당했다. 3이닝 4실점으로 난타 당했기 때문이다. 4년 간 34억원을 받는 FA(자유계약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투구 내용이다. 그러나 구위는 특별히 나쁘지 않았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싱커도 오프시즌 동안 새롭게 장착했다. 하지만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볼넷으로 자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정 선발로 나서기 시작한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호투했다. 5⅓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하지만 15일 대전 넥센전에서 5⅓이닝 6피안타 5볼넷 6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에도 친정팀인 SK(20일)와 KIA(26일)를 잇따라 만나 각각 ⅔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2자책), 3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친정팀 앞에서 작아지는 투수들
옛 동료들에게 약한 투수는 송은범뿐만이 아니다. 시즌 초반 8경기에서 4승1패, 3.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84억원의 팔’ 장원준(두산)도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는 재미를 못 봤다. 지난달 5일 사직 원정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4실점, 4월18일 잠실 홈 경기에서도 5이닝 10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장원준은 “특별히 제구가 안 된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한솥밥을 먹었던 옛 동료 투수의 공이 눈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롯데 선수들은 “수 년간 청백전 등을 통해 장원준의 공을 많이 쳐봤기 때문에 타석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무대 4년 차 외국인 투수 유먼(한화)과 kt의 미래로 주목 받다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도 마찬가지다. 유먼은 지난 1일 대전 롯데전에서 3⅓이닝 8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박세웅은 15일 수원 kt전에서 2⅓이닝 7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발 중 한 명인 소사(LG)도 친정팀 넥센과의 2경기 성적이 2패, 평균자책점 8.18이다. kt 왼손 정대현도 옛 동료 두산 타자들과 두 차례 만나 2패, 평균자책점 5.63을 찍었다.
옛 동료의 투구가 편한 타자들
반면 타자들은 친정팀을 만나면 펄펄 나는 경우가 많다.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 투수들의 공을 직접 상대했을 뿐 아니라, 경기 내내 투수 뒤에서 그의 공을 숱하게 지켜봤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넥센이 안고 가는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가 대표적이다. 그는 26일 현재 타율이 2할2푼5리(102타수 23안타)에 불과하지만, 친정팀 LG를 만나서는 3경기에서 9타수 4안타, 4할4푼4리라는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옆구리 투수’에게 1할대(0.154)의 타율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LG가 자랑하는 사이드암 우규민에게는 솔로 홈런까지 뽑아냈다.
장성우(kt)도 롯데 투수들이 편하다. 그는 트레이드 후 치른 지난 15~17일 수원 롯데전에서 10타수 5안타에 3타점을 기록했다. 5개의 안타 중 무려 3개가 2루타였으며, 상대 1선발 린드블럼을 포함해 김승회 심수창의 공도 어렵지 않게 때렸다. 포수인 장성우는 올 스프링캠프에서 수없이 롯데 투수들의 공을 받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들의 주무기와 구위를 잘 알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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