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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붕괴론

입력
2015.05.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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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붕괴할 조짐이 있다는 정세분석이나, 붕괴시켜야 한다는 정책 처방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북핵, 이산가족, 군사도발, 인권탄압 등 모든 북한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국가목표인 통일을 달성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붕괴론의 배경에는 실제로 북한체제가 불안정하고 붕괴의 징후를 보이기도 하지만, 한시바삐 북한의 위협과 만행을 끝내고 싶은 조바심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 붕괴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며, 대북정책에서 북한붕괴론의 위치는 어디인가.

최근 북한붕괴설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2013년 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처형에 이어 지금까지 고위 간부에 대한 무차별적인 숙청과 처형이 반복되자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시장과 농업개혁과 휴대전화의 확산으로 인해 사적 영역이 확대되고 사회적 유동성도 커졌다. 대외적으로는 과거 북한의 정치경제적 생명줄이었던 중국이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북 교류협력을 축소하고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연초 한 인터뷰에서 북한 독재정권의 붕괴 필연성을 예견하고, 소니 영화사 해킹사건을 계기로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을 공언했다. 북한의 핵도발이 지속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고립정책도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사실 북한붕괴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말 공산권 해체와 동구 공산국가 붕괴 이후 북한 붕괴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기 시작해서,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시 붕괴설이 최고조에 달했다. 1990년대 중반 대량아사와 고난의 행군, 2000년대 초 개혁개방 실험, 2012년 말 김정일 사망 시에도 붕괴설이 재등장했다.

빈번한 붕괴설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의 붕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임박한 붕괴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북한은 공산권 해체와 김일성 사망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 살아 남았다. 탈냉전기의 일상화된 정치위기와 경제위기 속에서 북한은 위협외교와 공포정치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미중 간 경쟁은 북한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일시적인 식량 증산과 경제 성장으로 당면한 식량난과 김정은의 정당성 위기에 숨통이 트였다.

그렇다고 현 북한체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북한의 해체 또는 붕괴가 불가피하지만, 어쩌면 그 시기가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또는 그 이상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사실 북한 붕괴는 그 발생 시기를 미리 알 수 없는 ‘사건’이지 의도된 정책의 결과가 아닐 것이다. 소련 해체나 독일 통일과 같은 역사적 ‘사건’도 기획되지 않았고 그 시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대북정책이 북한붕괴론에 과도하게 치우칠 경우 정책적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리 대북정책의 근간인 화해협력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는다. 사실 불량하고 비도덕적인 북한정권과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더욱이 불안정하고 붕괴 조짐이 있는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추진할 때 자칫 불량정권의 생명을 연장시켜준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때 편의적인 방안은 ‘전략적 인내’와 같이 북한을 봉쇄하면서 항복과 붕괴를 기다리는 정책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뜻과 달리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체제를 재정비하고 핵무장을 강화하는데 이용되었다.

요약하면, 북한 붕괴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사태이므로 이에 대비하여 철저히 비상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붕괴론이 대북정책의 전면에 나설 수는 없다.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여 군대를 유지하고 전쟁을 준비한다고 하여, 전쟁이 대북정책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도 북한 붕괴의 결과가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종착지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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