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2013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실형 선고 이후 '검은 유혹'은 프로농구판에서 완전히 뿌리 뽑힌 줄 알았다. 그러나 도박판이 예전보다 훨씬 더 커지면서 유혹에 쉽게 노출됐다. 올해 3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프로농구 A선수는 국가대표 출신의 B선수에게 승부조작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B선수는 곧장 한국농구연맹(KBL)과 구단에 이를 알렸고, 경찰 조사로 A선수는 공갈 협박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된 전창진 감독은 지난 시즌 자신이 지휘했던 부산 KT의 경기에서 3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베팅해 두 배 가까운 고배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년 전 강동희 전 감독은 일부 경기에서 브로커들에게 약 4,700만원을 받고 4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고액 연봉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강 감독이 그 정도 액수에 승부조작을 했을까 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번에는 판이 엄청 커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창진 감독은 1경기에 3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외에 승부조작으로 의심되는 추가 경기에 더 베팅을 했다면 금액은 3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합법 스포츠토토가 있지만 1인당 하루 베팅 금액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종목도 다양하지 않다. 반면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베팅 횟수에 제한이 없고,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종목 역시 전 세계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며 베팅 항목도 다양하다. 특히 개인 통장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 청소년도 할 수 있다.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불법 도박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31조1,171억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 2010년의 13조2,202억원에서 3년간 135.4% 증가했다. 또한 2013년 적발된 조직만 5군데에 도박자 1,865명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 신고 건수는 2011년 7,951건에서 2013년 4만6,527건으로 약 6배 증가했으며 2015년 1분기 신고 접수도 3만 건을 돌파했다.
프로농구는 지난해 말 리그 소속 선수가 불법 도박 관련자의 접촉을 받았다고 자체 신고를 해 이를 국민체육진흥공단 클린스포츠 통합 콜센터에 고발 조치했다. 그럼에도 다시 터진 이번 사태는 크나큰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전창진 감독.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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