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 중 가장 세력이 컸던 나라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다. 아테네는 자유와 소통을 중시했고, 스파르타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삶의 방식으로 추구했다.
올해 프로야구도 지도 방식에 대척점을 둔 사령탑들이 있다. 김용희(60) SK 감독과 김성근(73) 한화 감독이다. 김용희 감독은 '멘탈(정신력)이 기술을 지배한다'고 믿는 반면 김성근 감독은 '한계를 넘어서야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옳고 그름은 없다. 방향은 달라도 목적지는 똑같이 승리다. 두 감독의 대비되는 색깔만큼 팀 기록에도 큰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핵심 불펜 요원의 투구 수다. SK 셋업맨 정우람(30)은 26일 현재 23경기에서 총 350개의 공을 던졌다. 21⅓이닝을 소화해 경기당 평균 1이닝이 안 된다.
감독이라면 긴박한 순간 '믿을맨'인 선수를 가장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철저히 관리를 한다. 연투는 이틀, 투구 수가 적을 경우 간혹 사흘 연투도 생각한다. 대신 사흘 연투를 할 경우 휴식일은 철저히 보장해준다. 시즌 전 코칭스태프 및 선수 본인과 공감을 나눈 부분이다. 실제 정우람은 이틀 연투는 5회, 사흘 연투는 1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한화 권혁(32)은 허약한 팀 마운드 사정상 자주 등판한다. 27경기에서 총 투구 수는 714개로 선발 투수 못지 않게 많이 던졌다. 이닝(41⅔이닝)과 투구 수는 팀 내에서 선발 쉐인 유먼(52⅓이닝 942개), 안영명(42⅔이닝 787개) 다음으로 많다. 리그 구원 투수 전체를 통틀어서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틀 연투와 사흘 연투는 각각 4차례씩 했다. 시즌 내내 혹사 논란에 중심에 섰지만 정작 본인은 "내가 괜찮다는데 논란이 나오는 건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몸과 기록은 거짓말을 못한다. 4월 한 달간 13경기에서 2.78에 불과했던 평균자책점은 5월 12경기에서 3.63으로 올라갔다. 그나마 최근 마무리 윤규진이 복귀해 한숨을 고를 수 있게 됐다.
두 팀은 감독과 선수들의 피드백 방식도 다르다. 한화는 야수 실책이 42개로 넥센(44개), kt(43개)에이어 최다 3위다. SK는 37개로 5위. 더구나 최근 5연패를 하는 동안 무더기 실책을 했다.
한화는 곧장 반응이 온다. 그날 부진한 타자나 실책을 한 야수는 어김 없이 경기 전후 특타나 펑고를 받는다. SK는 바로 채찍을 꺼내는 대신 선수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도록 한다. 리그 최다 실책 선수인 유격수 김성현(12개)을 안고 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두 감독의 상반된 주관은 인터뷰 내용에서도 두드러진다. 김성근 감독은 "내일은 의식 안 하고 그날그날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승부를 해야 한다. 내일은 내일대로 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용희 감독은 "무조건 공부를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어떤 포인트나 맥을 잡고 하면 더 효율적인 공부가 된다"고 밝혔다.
일단 개막 두 달이 지난 현재 SK는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던 한을 올해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한화는 비록 8위이지만 꾸준히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며 호시탐탐 상위권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승리 자판기'라는 이미지는 완벽히 떨쳐내고 이제 모든 팀들이 두려워하는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사진=SK 정우람(왼쪽)-한화 권혁.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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