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급 전환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고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하는 형식이지만 합병된 회사의 명칭은 '삼성물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합병된 삼성물산은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재편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지배력 강화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전부터 기획된 3세 경영을 위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은 더욱더 확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하고 삼성SDS·제일모직을 상장하는 한편 화학·방산부문을 한화그룹으로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건희 회장으로 부터 물려받은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18%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했다.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1.84%, 삼성생명 지분은 26.42%다.
▲지배구조 단순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의 구조였다. 이전까지는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탱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번 합병이 일단락되면 삼성SDS와 삼성전자도 합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고 이 부회장도 11.25%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병이후 삼성물산이 보유한 SDS지분을 삼성전자 자사주와 맞교환 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 주주총회, 제일모직 1: 0.35 삼성물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제일목직의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을 체택했다. 하지만 7월 임시 주주총회가 삼성 수뇌부의 계산대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측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측이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5만7234원이지만 26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해 6만3,500이나 됐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