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술적분석의 시조는 다우 이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우(Charles Dow)로 보는 게 증권업계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계 금융시장의 주류인 월가의 견해일 뿐이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인류 최초로 상품가격의 기술적 분석을 시도한 민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7~18세기 일본은 전국을 통일한 도쿠가와 막부의 통치 아래 경제적 번영을 꾀하고 있었다. 특히 오사카는 해상수송의 거점이자 일본 제일의 상업도시로 전국에서 생산된 쌀이 모여 등급이 매겨지고 흥정이 이루어졌다. 오사카에서 쌀을 거래하는 중개상만 1,3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제대로 기능을 하는 화폐가 없었기 때문에 쌀은 모든 거래의 척도이자 수단이었다. 다이묘(지방 영주)들은 오사카에 있는 창고로 쌀을 보내고 쌀 증권을 받았는데, 이 증권은 오늘날의 유가증권처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었다. 당장 쌀이 없는 다이묘들은 나중에 수확할 쌀에 대해서도 미리 증권을 발행했는데, 가히 오늘날 선물(先物)거래의 전신이라 부를만하다. 1749년 오사카에서 거래된 쌀 증권은 11만 곤포 규모였는데, 실제로 일본 전역에 있던 쌀은 3만 곤포밖에 없었다하니 현물보다 선물이 훨씬 큰 규모로 거래되고 있었던 셈이다. 파생상품이 현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웩더독'(wag the dog)현상의 원조격이다.
이러한 시대에 혼마 무네히사(本間宗久)라는 전설적인 쌀 상인이 등장했다. 1750년 가업을 물려받은 사카다의 상인 혼마는 쌀 거래로 '대박'을 치기 위해 '일본의 월가'였던 오사카 쌀 거래소로 갔다. 혼마는 쌀 가격 움직임의 숨겨진 규칙을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삼산(三山)', '삼천(三川)'과 같은 익숙한 가격패턴을 발견해낸 사람이 바로 혼마다. 혼마는 가격 자체의 움직임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분석가'였다고 할 수 있다. 찰스 다우가 1900년대에 살았던 인물이니까 일본은 미국보다 기술적분석에서 100년 이상 앞서 있는 셈이다.
오사카의 쌀 상인들은 하루 중의 쌀 가격 움직임을 시가(始價), 종가(終價), 고가(高價), 저가(低價)의 네 가지로 나누고 이를 양초모양 기호로 표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차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캔들차트'의 기원이다(혼마가 캔들차트의 창시자라는 설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일본과 한국의 증권사들은 차트의 기본세팅을 캔들차트로 해놓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캔들차트다. 반면에 월가에서는 아직도 미국식 바(bar) 차트를 많이 사용한다.
증권가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기술적 지표들은 미국인들이 만든 것이다. 일본인은 캔들차트를 비롯하여 삼선전환도, 렌코차트, 카기차트, 일목균형표 등 자국 고유의 분석기법들을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미국이 평정한 금융시장에서 기술적분석의 원조국가로서 자존심은 지키고 있다고 할만하다.
주식부처는 십 수 년간 기술적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선물 트레이더다. 자본시장에서 1조를 버는 것이 그의 인생목표다. 2012년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주식부처의 투자설법'을 출간한 바 있다. stockbuddha@daum.net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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