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멕시코에 물폭탄… 희생 잇따라, 텍사스 37곳 재난 지역으로 지정
인도 50도 육박 살인 폭염 기승, 건설 노동자ㆍ노인 등 700여명 사망
"이번 엘니뇨 독특하게 빨리 성장, 이르면 여름에 절정 달할 듯"
미국 중남부와 멕시코에 폭우와 대형 토네이도가 덮쳐 수십 명의 희생자가 나오는가 하면 인도에서 사상 유래 없는 폭염에 5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서는 지난 주말 집중 호우로 5명이 숨졌다. 또 텍사스주 블랑코 강 인근의 별장에 있던 13명 중 1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12명이 실종 상태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헤이스 카운티에서만 1,000여 채의 가옥이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댈러스에서도 트리니티 강이 범람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형 토네이도도 발생했다. 휴스턴에서는 아파트 10여개 동이 심각하게 파손됐다.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25일 24개 카운티에 재난 사태를 선포하는 등 텍사스 전체 카운티(254개) 중 37곳(15%)이 ‘재난 지역’으로 지정됐다.
멕시코의 미국 접경 도시인 시우다드 아쿠나에도 대형 강타 토네이도가 강타했다. 구조대는 성인 10명과 어린이 3명 등 13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추가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토네이도는 학생들의 등교 준비 시간대에 발생, 어린이들의 피해가 컸다. 또 300여명이 부상했고, 200여 채의 집이 완전히 파괴됐다.
인도에서는 연일 50도에 육박하는 살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700여명이 숨졌다. 인도 재난관리당국에 따르면 우타르프라데시주 북쪽 알라하바드는 지난 24일 47.7도까지 수은주가 치솟았고 수도 델리 역시 43.5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최근 539명이 열사병, 탈수 등의 증상을 보이며 사망했는데, 대부분 건설 노동자나 노인, 노숙자들이었다.
우리나라도 26일 대구와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각각 섭씨 34, 33도까지 오르는 등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월 중순 평균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에 달하며 예년 같으면 6~9월에 발효되던 폭염특보가 벌써 발령됐다.
이뿐 아니라 4년째로 접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사상 최악의 가뭄 역시 최근 120년 내 최악으로 기록됐고, 중국도 연평균 기온이 최근 10년마다 0.23도씩 상승하면서 이상고온 가뭄 폭우 태풍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잇따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1990년 이후 이상 기후로 인한 직접 경제 손실액은 연평균 2,000억위안(약 35조원)에 달하며 사망자도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궈광(鄭國光) 중국기상국장은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고 생태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세계적 이상 기후 현상은 강력한 엘니뇨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5월 보고서에서 “세를 강화하며 동쪽으로 움직이는 엘니뇨가 여름에 절정에 달한 뒤 2016년 초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기상청도 이달 초 “최근 조사 결과 엘니뇨를 확인했다”며 “지난해처럼 강도가 약하거나 적절한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로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기상청과 국제기후연구소(IRI)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엘니뇨 감시구역(북위 5~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 수온보다 섭씨 0.5도 높으면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보는데, 이달 13일에는 1.0도나 높아져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엘니뇨는 평년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독특한 양상을 보여 폭염과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진은 “실험결과 온도 0.85도 상승 시 폭염 등 극한 기상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4~5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엘니뇨는 초겨울에 절정을 맞이한 뒤 이듬해가 오기 전에 소멸된다. 반면 이번 엘니뇨는 평소보다 이른 여름, 가을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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