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위협과 한반도 불안 내세워
전투준비·실전 능력 제고도 강조
싱가포르와 첫 해상 연합 훈련도
중국이 육군을 중시하고 해군을 경시했던 기존 전략에서 탈피, 해상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각종 돌발사건과 군사 위협에 대응, 전투 준비도 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국방부는 26일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의 군사 전략’ 국방백서를 발표했다. 중국은 1998년부터 2년 마다 국방백서를 내 놓고 있지만 ‘군사 전략’을 주제로 한 백서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백서는 먼저 “중국이 다원화하고 복잡한 안보 위협에 직면, 외부의 방해와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며 지역 내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도 군사 안보 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백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도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미일의 위협과 한반도 불안이 중국측이 내세운 군사력 강화의 이유다.
중국의 이번 국방 백서 발표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산호초 섬을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것에 대해 미국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은 연일 남중국해 대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미군의 남중국해 분쟁 도서에 대한 저공 정찰과 관련,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자유 항행의 원칙에 도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해양 권익 수호 의지를 다시 천명함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미중 충돌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장위궈(張玉國)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작전부 대교(大校)는 이날 중국의 ‘적극방어’가 사실상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 아니냔 질문에 “다른 국가가 침범하지 않는다면 중국도 침범하지 않겠지만 다른 국가가 침범하면 중국도 반드시 침범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백서는 또 중국군의 새로운 사명으로 각종 돌발사건 및 군사 위협 대응과 영토 영공 영해의 주권 안보 수호 등 ‘8개 전략 임무’를 제시했다. 이어 해양, 우주, 사이버 공간과 핵 무기 등 ‘4개 중대 안보 영역’을 중점 발전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백서는 ‘해양강국’이란 전략 목표에 따라 “해양의 경영과 전략을 중시하고 해양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현대적인 해양 군사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백서는 또 “우주는 국제 전략 경쟁에서 적을 제어할 수 있는 고지”라고, “핵 능력은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키는 전략적 기초”라고 설명했다.
백서는 특히 ‘적극방어군사전략지침’의 주요 내용으로 “군사투쟁 준비를 심화하고 확대할 것”이라며 “언제든 싸울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를 위해 전군의 위협 및 실전 능력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사투쟁준비의 출발점을 정보화 국지전에서 이기는 것에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해군은 24, 25일 말레이반도 동쪽 해역에서 싱가포르와 첫 해상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오는 9월3일 항일 승전 기념 열병식을 전후로 동해에서도 러시아와 연합 훈련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맞서 미국과 호주, 일본은 오는 7월 호주 연안에서 3개국 연합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한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엔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 해군이 마닐라만과 수빅만 사이 남중국해에서 첫 합동 군사 훈련을 벌인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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