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 데뷔 11년 만에 솔로앨범
“나 자신을 과감하게 내보이지 않으면 가수로서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뷔 11년 만에 솔로 앨범을 낸 호란(36)은 26일 “내 이름을 건 앨범을 낸다는 게 두려웠고 확신을 갖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일렉트로닉 그룹 클래지콰이의 멤버로 데뷔한 게 2004년, 어쿠스틱 프로젝트 그룹 이바디로 첫 앨범을 낸 것도 2008년이다. 클래지콰이의 동료 알렉스는 이미 2장의 솔로 앨범을 내놨다. 오래 주저하던 그는 19일 첫 솔로 미니앨범 ‘괜찮은 여자’를 발매하며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란은 ‘괜찮은 여자’에 담긴 6곡을 모두 작사했다. 실제로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포장하는 여자(‘괜찮은 여자’), 데뷔하고 3, 4년이 지날 때쯤 연예인으로 살며 느낀 혼란(‘연예인’) 등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것이다.
“제 적성에 대해 오래 고민했고 매체에서 만들어지는 저의 이미지를 보며 갈등이 많았어요. 이젠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나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에게 글쓰기는 음악보다 오래 된 일이다.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쓴 글을 모아 산문집을 냈고, 몇 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 교육은 뒷전이고 영어에만 목숨을 거는 엄마들 무식하고 천박해 보인다”고 써서 논란이 일었을 만큼 직설화법을 구사한다. 그는 “평소엔 소심한데 글을 쓸 때만 자신이 넘친다”며 웃었다. 솔로 앨범에서 호란의 글쓰기는 남들 시선에 연연했던 자신을 드러냈고, 이로써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 팝, 록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과하지 않은 개성을 드러낸 점도 눈에 띈다. 장난스런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신경질적인 바이브레이션을 넣거나 가성으로 부르며 발음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등 클래지콰이 때보다 과장된 표현이다. 작곡은 호란이 ‘연예인’과 ‘인섬니아’를, 인디 록 밴드 출신의 프로듀서 겸 작곡가 지쿠가 나머지 곡들을 했다.
호란은 음악과 글쓰기 외에 SBS 라디오 ‘호란의 파워FM’을 1년째 진행하고 있고 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영화 ‘패션왕’ 등에서 연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그는 “카메오나 특별출연이면 몰라도 민폐가 되는 것 같아 이젠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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