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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예능 편집에 저작권은 없나요

입력
2015.05.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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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첫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김구라 박정철 윤상 손호준 등 출연자들이 사전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화질 등이 떨어지는 화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건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에서 자주 봐온 장면들이다. 인터넷 캡처
19일 첫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는 김구라 박정철 윤상 손호준 등 출연자들이 사전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화질 등이 떨어지는 화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건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에서 자주 봐온 장면들이다. 인터넷 캡처

“저 프로그램도 나영석 PD가 만든 거야?”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시리즈로 리얼 관찰 예능의 성공 신화로 자리잡은 나영석 PD의 진가를 모르는 시청자는 없다. 케이블채널에서 지상파 방송도 힘들다는 시청률 10%의 고지를 여러 번 넘었을 뿐만 아니라 ‘믿고 보는’ 스타 PD로 꼽힐 정도니 그의 방송 스타일도 자연 눈에 익었다. 그런데 요즘 방송되는 리얼 예능을 보고 있노라면 방송사를 불문하고 “나 PD가 보여줬던 그 장면 아냐?”라는 기시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19일 첫 방송돼 시청률 2%대를 넘은 tvN ‘집밥 백선생’은 ‘어디서 많이 본’ 화면들로 가득했다. 백종원에게 요리를 배우기로 한 김구라 박정철 손호준 윤상이 촬영에 돌입하기 전 제작진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몰래 카메라를 촬영하듯 비스듬한 화면과 흐릿한 초점의 화질은 누가 봐도 ‘나영석표’ 앵글이었다. 나 PD는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서 ‘짐꾼’ 이서진 등을 사전 인터뷰하고 걸그룹 멤버들과 떠나는 여행이라고 몰래 카메라까지 찍었었다. 이때 화면과 ‘집밥 백선생’에서 보여준 화면이 거의 일치했다. 여행과 ‘쿡방’이라는 전혀 다른 컨셉트였건만 나 PD의 편집에 익숙한 시청자의 눈썰미는 속일 수 없다. 설사 같은 방송사라 해도 말이다.

JTBC가 지난 2월부터 방영하고 있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나 PD의 ‘좋은 편집의 예’를 그대로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 첫 회부터 외국인 출연자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찍은 포스터와 영상은 ‘꽃보다 누나’와 닮았고, 프로그램 시작할 때 나오는 협찬 광고 편집, 미리 사건을 보여주고 흥미를 유발하는 시차 편집, 비슷한 형태의 자막 편집 등 여러 장면에서 ‘꽃보다’ 시리즈와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 분야에서 비슷한 대사나 장면을 담은 다른 작품을 봤다면 그냥 넘어갔을까. 표절이라며 논란이 일고 저작권 분쟁 소송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방송가에서는 “리얼 예능은 편집에서 승패가 좌우된다”고 한다. 좋은 편집은 곧 시청률로 이어진다. 하루 종일 촬영한 방대한 분량을 60~80분으로 축약해 한 회로 편집해야 하기 때문에 PD의 능력은 밤샘 작업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리얼 예능의 홍수 속에서 ‘베끼기’ 편집은 더 많아질 것같다. 시청률이 보장된 예능 PD들의 기법으로 보다 쉽고 빠르게 프로그램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성과는 보장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시청자는 연출가나 작가를 보고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 경지다. 코드에 맞는 제작진의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마니아적 시청 패턴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베낀 흔적만 있고 개성이 없는 화면은 그 프로그램의 사망 선고와도 같다는 걸 제작진은 알아야 한다.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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