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 교장 출신 이택신 시인
'정자나무에 핀 작은 불꽃' 출간
교육 현실부터 전쟁사까지 담아
70년전 중ㆍ고생의 학창생활은 어떠했을까. 8순의 전직 교사가 자신의 중ㆍ고교시설 쓴 ‘학창일기’를 모아 당시의 학교생활과 시대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자나무에 핀 작은 불꽃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이택신(83) 전 대전고 교장이 1946년 9월 13일 대전중학교에 입학한 날의 일기를 시작으로 1954년 2월까지의 일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대학생활과 집안내력, 어머니에 대한 기억 등 개인적인 사연을 덧붙였다.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는 “이 교장의 일기에는 다소 미흡한 표현들도 보이지만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문학청년의 진솔한 삶을 표현한 기록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것처럼 이 교장의 일기는 당시의 학교생활과 학업내용, 사회상황 등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성은 첫날 일기부터 나타난다. 일기는 1946년 9월 13일 중학교에 입학했으며, 수업료와 회비, 책상대로 480원을 냈다고 썼다. 현재는 3월에 학기가 시작되는데 당시에는 미군정 치하여서 미국식 학제가 도입돼 9월에 입학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수업료 외에 책상사용료를 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1950년 6월 26일자 일기는 전쟁 발발로 어수선한 분위기와 함께 개성 시가전, 아군 전사자 7명, 부상자 근 1,000명이라는 전황을 전해들었다고 적어 그의 꼼꼼한 기록정신을 엿볼 수 있다. 1951년 12월 11일 일기는 대전고 교지(校誌)인 대능 1호의 교정 사실을 기록해 그가 첫 교지 발간의 주역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일기 중간 중간에는 문학도를 꿈꿨던 소년의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창작 시들도 실려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우리학교’라는 시작을 필두로 고교 3학년까지 고향에 계신 어머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탄심’,‘모색’등 여러 편의 시가 들어 있다.
문학평론가 김우종씨는 “이 교장의 일기는 해방직후부터 쓴 ‘시작 11년의 학창일기’로 교육현실은 물론 부분적으로 전쟁기록도 된다”며 “무엇보다 일기를 통해 수준이 높아지는 문학일기로서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평했다.
대전 서구 원정동에서 태어난 이 전 교장은 대전 중ㆍ고교를 거쳐 1957년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후 대전중 교사를 시작으로 대전ㆍ충남지역 중ㆍ고교 교사와 교장을 거쳐 1998년 대전고 교장으로 퇴직했다.
요즘에도 문예지에 시를 쓰고 있다는 그는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역사적 기록을 사회에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용기를 냈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글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다음달 4일 오후 6시부터 대전 중구 선화동 시민대학(옛 충남도청) 장암관 1층 컨퍼런스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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