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자친구와는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애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매너가 좋고 늘 밝은 모습의 그에게 반했어요. 영화나 음식에 대한 취향도 맞고 큰 싸움 한 번 없이 6개월간 연애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고민이 생겼어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겁니다. 정치에 대해, 사회적 약자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해...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입장 차이가 현격해요. 그와 둘이 100분 토론에 나간다면 밤샘토론이 될 가능성은 200% 일 겁니다. 얼마전엔 함께 기분좋게 데이트를 하러 가다 시위대와 마주칠 일이 있었는데, "저거 다 먹고 살만 하니까 시위하는 거야, 왜 도로를 점거하고 난리들이람?"이라는 그의 말에 제가 반론을 제기하다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누구나 집회와 시위로 알릴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는데, 의견 차는 좁혀지지 못했고 그 날 결국 데이트를 망쳤죠. 누구나 생각이 완벽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그와 나,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요?
A 사랑하는 상대에게 우리는 아주 정반대의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은 나와 매우 같아서 마치 영혼의 짝을 만난 것 같은 그 일치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되길 바라고, 또 내가 싫어하는 나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상대가 나와 다른 모습을 갖고 있어서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죠. 인간은 누구나 비교적 우월한 기능과 열등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우월한 기능은 의식 세계에서 작용하고 열등한 기능은 무의식 세계에서 작용하게 된다고요.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많은 경우 의식의 영역을 활용하고, 그래서 자신의 우월기능을 통해 어떤 판단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인 영역, 즉 열등기능을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 일도 만만찮게 많다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빠져든다는 일은, 즉 연애감정이란 의식 뿐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에 의해서도 관장되는 일일 겁니다. 무의식 속에서 스스로 열등기능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그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고 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겠지요. 매너가 좋고 늘 밝은 모습의 그에게 반했다고 하셨지요?
어쩌면 당신은 당신에게는 조금 부족한 그의 그런 모습 때문에 빠져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갖고 있다니, 정말 멋져!'라는 무의식적 판단이 존재했던 것이죠. 우리가 나와 반대 스타일의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이렇게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에게 문제가 생겼죠. 당신 입장에선 당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부분에 대해, 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셈이니까요. 누구의 생각이 실제로 더 합리적이고 또 정당한가의 문제와는 완전히 별개로, 당신은 더 이상 예전의 마음으로는 그를 바라볼 수 없게 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결론은 두 가지 중 하나가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과 내가 다른 점을 아주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가급적 이렇게 생각이 달라 부딪힐 지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대화를 자제하는 것이 첫 번째일 겁니다. 조금 갑갑한 순간들은 있겠지만, 어차피 이렇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것을 대화 소재에서 제외하더라도 할 이야기는 얼마든지 많이 있을테니 두 사람은 예전처럼 평화로운 연애를 계속할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서로의 시각 차이에 대해서 두 사람 모두 성숙한 태도로 토론을 지속하는 일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일일 겁니다. 첫 번째 방법이 쉬워 보이겠지만 조금 갑갑한 측면이 있고, 두 번째 방법은 두 사람의 성장에 좀 더 기여하겠지만 아주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저는 또 하나의 결말 역시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결국 헤어지는 그런 결말 말입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당신에게 일방적으로 생각을 강요한다거나, 토론을 할 때마다 인신공격적 발언을 계속한다거나 하는 경우일 겁니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달라'가 아니라 '너는 틀렸고 나는 옳아'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사람과 같이 그릴 수 있는 미래라는 건 얼마나 참혹한 것일까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상대를 공격해서 기어이 이 싸움의 승자가 되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더 사랑할 수 있는 걸까요? 싸움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싸움의 방식일 수 있음을 기억한다면, 그가 이 차이를 대하는 방식을 꼭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다른 것은 몰라도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그의 시선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자세히 그 내용 자체를 들여다 보고 판단하길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 약자를 대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당신과 싸우거나 당신에게 불만을 이야기할 때 당신에게 보여줄 태도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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