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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발칵 뒤집은 빵,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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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발칵 뒤집은 빵, 한국에 왔다

입력
2015.05.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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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과 도넛의 이종교배

2013년 뉴욕서 佛 파티셰가 출시

새벽부터 줄 서 먹는 '크로넛 현상'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獨 출신 셰프

남산타워처럼 부푼 '남상츠' 선봬

크루아상과 도넛의 이종교배로 탄생한 크로넛,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번하드 부츠 총주방장이 만든 크로넛 '남상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반전의 맛이 일품이다.
크루아상과 도넛의 이종교배로 탄생한 크로넛,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번하드 부츠 총주방장이 만든 크로넛 '남상츠'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반전의 맛이 일품이다.

어떤 음식은 풍문으로 먹는다. ‘그게 그렇게 맛있다며?’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서도록 만드는 힘은 음식 자체에서 나온다기보다는 ‘풍문으로 먹었소’의 이 미지각(味知覺)에서 생겨난다. 줄 서서 밥 먹는 사람들을 깔보는 이들은 뇌의 선체험을 혀의 미각으로 확증하기 위한 미식가들의 이 욕구를 때때로 간과한다.

최근 2년간 줄 서서 먹는 음식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른 것은 바로 크로넛(Cronut). 미국 뉴욕의 유명 페이스트리 셰프 도미니크 앙셀이 크루아상과 도넛을 이종 교배해 탄생시킨 이 빵은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야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엄청난 히트를 치며 뉴욕의 이 작은 빵집 앞으로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을 불러모았다.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4월 초 새로 맞은 독일 출신 셰프 번하드 부츠 총주방장이 힐튼에서의 첫 작품으로 크로넛을 재현했다. 베이징 샹그리라 호텔 총주방장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IOC 공식 오프닝 행사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총괄했던 그는 파티셰로 요리의 세계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의 셰프. 밀가루 반죽이 튀겨지면서 부풀어오르는 모습이 우뚝 솟은 남산타워와 비슷하다고 해서 ‘남상츠(Namssants)’라는 이름을 붙인 이 하이브리드 베이커리를 28일 출시를 앞두고 미리 맛봤다. 겉은 더없이 바삭하고, 안은 크림처럼 부드러운 반전의 맛!

셰프 번하드 부츠
셰프 번하드 부츠

● 크로넛을 둘러싼 풍문들

크로넛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2013년 5월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파티셰 도미니크 앙셀이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달고 오픈한 뉴욕의 이 베이커리는 이전에도 디저트와 케이크, 빵 등으로 유명했지만, 크로넛의 등장은 종류가 전혀 다른 사건이었다. 도넛 반죽이 아닌 크루아상 반죽을 기름에 튀겨 그 안에 크림을 넣거나 위에 다양한 글레이즈를 바르는 크로넛은 말 그대로 크루아상(Croissant)과 도넛(Doghnut)을 합친 빵. 크루아상 반죽을 사용했기 때문에 빵을 세로로 절단하면 무수한 층, 혹은 겹이 보인다.

반응은 출시 3일 만에 뜨겁게 터져나왔다. 꼭두새벽부터 수백 명의 손님이 문도 열지 않은 제과점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개당 5달러인 크로넛을 20~40달러에 판매하는 ‘암빵장수’들이 등장, 지하시장까지 생겨났다. 유행이 최고조로 치달았을 때 개당 가격은 무려 100달러. 20개들이 박스는 5,000달러라는 ‘미친 가격’에 암거래됐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크로넛 현상’을 연일 보도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이 빵은 초창기 찬탄과 조소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애증의 빵이었지만, 그 해 연말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3년 최고의 발견 25’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출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로넛 열풍은 여전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8일자 기사에서 이 식지 않는 크로넛 인기의 신비를 분석하며 두말 할 나위 없는 빵 자체의 맛과 함께 하루에 350개만 만들어 파는 앙셀 베이커리의 천재적인 ‘공급조절’ 전략을 꼽았다. 4월말 평일 오전 7시 36분에 유모차 안 아기를 포함해 35명의 손님이 줄을 서 있던 도미니크 앙셀 앞은 5월1일 금요일 비슷한 시간, 거의 80명이 크로넛을 먹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금요일은 본래 손님이 많은 데다 매달 첫 날은 새로운 맛과 향의 크로넛을 선보이기 때문. 대부분이 관광객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이 여전히 줄을 서고 있는 곳이라면 분명히 특별한 뭔가가 있다”며 애틀란타에서 출장차 올라온 중년신사부터 일본 친구에게 맛을 보여주기 위해 다리 통행료 11달러를 쓰고 짜증이 난 뉴저지의 청년까지 다양한 미국인 손님들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고.

사전 주문 후 줄을 선 손님은 한 번에 최대 6개까지 크로넛을 살 수 있는 반면 당일 줄을 선 고객은 한 사람당 2개까지밖에 못 산다(크로넛 외의 빵은 오전 8시 베이커리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들어가 구매할 수 있다). 늦게 오는 사람을 위해 대신 자리를 지켜주는 건 금지돼 있으며, 줄 선 크로넛 고객들을 위해선 공짜 마들렌을 나눠준다. 이쯤 되면 가히 음식의 도시전설이라 할 만하다.

● 이토록 노동집약적인 크로넛

도미니크 앙셀은 크로넛 출시 직후 무수히 생겨난 모조품들에 맞서기 위해 크로넛이라는 이름을 상표 등록하고, 공격적으로 상표침해에 법적 대응을 해왔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지로 뻗어나간 크로넛들은 크로넛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고, 두아상(Doissants), 크로넷(Crognets), 도우상(Dough’Ssants) 등 재미난 명칭들로 위장했다. 던킨도넛이 재빨리 출시한 카피 제품의 이름은 크루아상 도넛. 한국에서는 뉴욕파이도넛이라는 이름으로 던킨 제품이 나와 있다. 슈니발렌 코리아도 뉴욕크로넛이라는 이름으로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재작년부터 크로넛을 판매 중이다.

이 깐깐하고 젊은 파티셰가 마침내 크로넛 레시피를 공개한 것은 지난해 10월 ‘도미니크 앙셀: 비밀 레시피’라는 요리책을 펴내면서다. 앙셀 레시피의 핵심은 반죽부터 숙성, 튀기기까지 모두 3일이 걸리는 이 노동집약적인 음식의 생명이 신선함이라는 데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 크로넛만큼 얘기 안 되는 것도 없는 셈이다.

● 남산을 닮은 크로넛, 남상츠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크로넛 ‘남상츠’는 유통의 과정 없이 바로 만들어 바로 파는 한국 유일의 신선 크로넛이다. 번하드 부츠 총주방장의 레시피는 앙셀의 데코레이션이 강조된 레시피와 달리 빵 고유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빵 반죽에 특히 공을 들여서 크로넛의 레이어가 무려 288겹이나 된다. 겉빵과 속빵의 반죽을 따로 하는데, 겉에서 감싸는 크루아상 반죽은 강력분과 이스트, 소금, 설탕, 찬물, 우유, 버터로 만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소프트롤 반죽은 우유 대신 달걀을 쓴다. 두 개의 반죽을 쌓은 후 세 겹이 되도록 접어 밀대로 밀기를 세 차례 반복한 후 동그랗게 잘라낸 반죽을 180도의 기름에 튀기면, 빵이 용수철처럼 부풀어 오르며 겉은 바삭한 크루아상 맛이, 속은 부드러운 크림롤 맛이 난다. 그 위에 취향대로 다양한 글레이즈를 바르고 토핑을 뿌리면 완성.

탄수화물을 기름에 튀겨 먹는 데 대한 죄의식이 없지 않다. 칼로리를 어쩔 것인가. 하지만 부츠 총주방장은 “케이크숍에서 먹는 케이크나 초콜릿, 크림 같은 디저트류에 비하면 결코 칼로리가 높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맛을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에서는 모두가 크로넛을 먹고 크로넛에 대해 얘기하는 열풍이 불었어요. 그런데 서울에 와서는 거의 보지 못했죠. 서울과 관계된 음식을 해보자 고민하다가 남산타워를 보고는 크로넛을 떠올렸어요. 좀 더 고급스럽고 정성스러운 크로넛을 만들어보자!” 그날 만든 것만 당일 판매하는 남상츠의 가격은 개당 3,000원으로 책정됐다. 호텔 로비의 실란트로 델리에서 살 수 있으며, 다량 구매시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02)317-3064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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