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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 이승철 "남은 꿈? 北 모란봉악단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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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 이승철 "남은 꿈? 北 모란봉악단 지휘"

입력
2015.05.2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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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의 신' 이승철이 남은 인생의 목표로 평양에서 모란봉 악단 지휘를 꼽았다. "그 날이 올 지 모르겠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애틋한 마음으로 통일을 염원했다. 모란봉 악단은 북한의 소녀시대라고 불리우는 여성 합창단. 이승철과 만남이 성사만 된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이 꿈은 지난해 독도에서 탈북청년합창단과 통일송 '그날에'를 불렀던 당시에도 밝혔던 것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 학교 짓기, 기부 활동 등 사회 활동도 적극적인 이승철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굴곡 많은 30년, 지금은 '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음악인,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이승철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 앨범 12집의 타이틀이 '시간 참 빠르다'인데 데뷔 30주년 소회를 비유한 건가.

"30년? 사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바쁘게 살다가 어떻냐고 물어보면 생각나는 게 시간같다. 어제 '스케치북'을 녹화했는데 펑펑 울었다. 30년 후 이승철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안녕이라고 부르지마'를 불렀다. 시작할 땐 몰랐는데 막상 여든 살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노래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먼저 간 (신)해철이도 생각나고,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났다. 그 때까지 턱시도 입고 노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눈물이 나더라."

-스티브 핫지, 토니 마세라티, 댄 패리 등 세계적인 엔지니어들과 작업했다. (이들은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아델, 레이디 가가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다.)

"이번 앨범에도 사람의 마음에 와닿는 노래, 감성에 신경을 썼다. 세계적인 기술력이 필요했다. 내가 있는 삼성동 녹음실과 런던 스튜디오와 실시간 화상회의를 통해 하나하나 조율했다. 첫 시도였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가장 신경을 쓴 점은.

"그룹의 냄새를 내고 싶었다. 나 자신이 아직도 밴드라고 생각한다. 밴드는 내가 태어난 곳이고 평생 못 버릴 것이다."

-데뷔 처음으로 편곡도 직접했다.

"30주년 앨범은 개성있는 편곡을 해보고 싶었다. 특히 1번 트랙 '시련이 와도'는 풀 오케스트라로 가수 앨범에선 듣기 어려운 편곡이 아닐까 한다. 30년간 많은 일을 겪었고 시련도 있었지만 앞으로 30년을 다짐하는 노래다. 힘든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취지도 있어서 스케일을 크게 가져갔다."

-창법에서도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부른 곡이 있다. 엄청난 탁성이지만 애절함을 극대화 시키려고 일부러 고치지 않았다. 한 쪽 귀엔 내가 부른 것, 다른 쪽 귀엔 가이드 가수가 부른 것을 함께 들으며 녹음하기도 했다. 이승철답지 않은 걸 노렸다. 끈적한 느낌에서 벗어나 신선한 가창을 들려주고 싶었다."

-전작에선 무명 작곡가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대학생이 만든 곡을 넣었다. 이번에도 신인 작품이 많다. 이승철 앨범이라면 유명 작곡가들이 몰려들었을 텐데 특별한 철학인가.

"200곡 넘게 받았다. 전해성 프로듀서와 엔지니어팀이 1차적으로 50곡을 추리고 그 다음 내가 골랐다. 특별한 철학은 없고 선택하다 보니 항상 신인이 있다."

-신사동호랭이 작품도 두 곡이 있다. 주로 아이돌 음악을 해오던 인물인데 그 색깔보단 이승철에게 많이 맞춘 느낌이다.

"아직 얼굴도 못 봤다(웃음). 녹음할 때 작곡가와 함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완성 곡을 아직 듣지 못했을 것이다. 박자나 곡 분위기를 많이 바꿨다. 앨범 나오면 아마 깜짝 놀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유행하는 피처링이 전혀 없는 것도 인상적이다.

"요즘 너무 많이 해서 일부러 안 했다. 흔한 패턴을 따라 하는 것은 재미 없지 않나. 그래서 순수하게 나의 목소리로만 가득 채웠다."

-30년 간 히트곡이 참 많은데 각별한 노래가 있나.

"인생의 굴곡이 많아서 각별한 노래도 많다(웃음). '희야'는 감사한 노래이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는 그룹 출신 가수의 성공사례가 없었는데 징크스 깨준 노래다. '네버엔딩스토리'는 이승철을 부활시켜준 노래라서 잊을 수 없다."

-가장 보람됐던 순간을 꼽자면.

"바로 지금이다. 30주년을 맞이해서 새 앨범 발매해서 같이 듣고 얘기 나누는 이 시간이 보람이자 기쁨이다. 사실 쉰 살이 될 때까지 노래할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 시간이 찾아와주고 월드투어까지 하는 것 모두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섰지만 바닥을 칠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공연으로 이겨냈다. 방송 출연이 안 될 때 전국의 소극장을 다 돌았다. 1주일에 5일을 공연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결국 노래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가요계에서 이승철이란 이름이 갖는 부담감도 있겠다.

"많은 후배들이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마치 내가 조용필 선배를 보는 것과 같지 않나. 그래서 히트곡 하나 만들자고 싱글로 툭 던지는 것은 의미 없다고 봤다. 음악을 연구하는 후배들에게 내 활동 자체가 큰 힘이 아닐까 한다. 다행히 작업 환경이 좋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언제까지 앨범을 고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쉽게 포기 못하겠다."

-6년간 '슈퍼스타K'에서 심사를 했지만 이제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됐다.

"어떤 평가를 바라기 보다 그냥 '저기 있는 사람'으로 여겨주면 좋겠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올해 일본에서 30주년 공연도 계획했는데 이번에는 입국이 가능하겠나.

"6월 미국, 7월 중국, 8월 광복절 공연, 9월 잠실 주경기장 공연 등 일정이 촘촘하다. 일본은 비자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추이를 주목해달라. 아마 이번에도 거절되지 않겠나(웃음)."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싸이처럼 유튜브 2억뷰 한 번 만들어 보겠다(웃음). 해야 할 것이 무척 많다. 동요집, CCM 앨범도 싶고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장병들과 합창단도 꾸리고 싶다. 무엇보다 모란봉 합창단의 지휘를 한 번 해보고 싶다. 그 날이 돌아올 지 모르겠지만…."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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