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동선ㆍ시점 파악 중", 물밑조사 외 별다른 움직임 없어
홍문종ㆍ유정복ㆍ서병수 등 3인방, 주변 인물들 소환 계획도 안 잡아
"이번 주가 수사 분수령" 불구, 일각선 "檢 의지 부족" 목소리도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이대로 묻히고 마는 것일까.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가 홍준표(61) 경남지사와 이완구(65) 전 총리 조사 이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지난 21일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발표하며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정치인 6명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25일 현재 6인을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 수사 착수 이후 43일이 지나도록 최대 쟁점인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선 거의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은 정중동(靜中動)으로 설명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수사의 기둥을 세우는 ‘기초공사’가 한창이란 의미다. 실제 검찰은 경남기업과 서산장학재단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흐름을 분석하고,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성 전 회장과 리스트 인사들 간의 접촉 흔적 등을 파악하는 물밑조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6인의 금품수수 단서를 찾는 ‘유의미한 시점과 동선’의 복원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때도 진행됐다.
한 검찰 간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앞으로 2,3일 내에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수사팀이 승부수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주가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는 유의미한 결과가 있으면 수사의 돌파구로 작용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현 상태에서 이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해 ‘대선자금 의혹’수사가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못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리스트 인사 6명은 ‘대선자금 의혹 그룹’(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과 ‘대통령비서실장 그룹’(허태열ㆍ김기춘 전 실장, 이병기 현 실장)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수사 초점은 의혹의 무게감이나 단서로 볼 때 당연히 대선자금 의혹에 맞춰져 있다. ‘비서실장 그룹’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거나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단서도 거의 없다. 그러나 수사팀은 ‘대선자금 3인방’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소환 계획도 잡지 않고 있다. 심지어 경남기업 관계자가 “2012년 대선 때 2억원을 건네 줬다”고 지목한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수석부대변인 김모(54)씨에 대한 조사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대선자금 수사에 별 의지가 없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청와대 눈치 보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진태호(號) 검찰’이 과연 정권의 역린(逆鱗)을 건드릴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대검 주변에서는 ‘6월 중 수사결과 발표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는데, 이는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쯤에서 수사를 끝내기 위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투수에 빗대 ‘커브’를 모르는 ‘직구’검사로 알려진 문무일 팀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땐 여러 곳에서 직ㆍ간접적인 ‘외압’을 가하기 마련인데 문 팀장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라며 “수사팀의 ‘해 보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도 결국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의 ‘SK 분식회계 사건’에서 단초를 얻은 검찰이 의지를 갖고 밀어붙였던 것임을 참고할 만하다는 뜻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