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모스, 일본 메이지 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 권고 결정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조선인 강제노동(징용) 시설이 포함된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대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코모스는 “비서구권에서 처음으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일본의 산업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고려하는게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유산이 산업혁명의 전체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이코모스가 일본의 세계유산 신청과 관련해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등재 권고안’을 보면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한 8개 지역 23곳 산업에 대해 “단지 일본의 맥락에 한정된 몇 산업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줄 뿐 이 기술이 가져온 더 큰 사회 변화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또 “산업 발전의 전제 조건인 복잡하고 포괄적인 사회·정치 변화도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계급 제도의 폐지와 대학 개교, 전신과 철도 개통 등은 포함되지 않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코모스는 산업 혁명을 기술을 넘어 교육, 변화를 포괄하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메이지 유산이 석탄, 철강 등 중공업에 한정돼 있어 산업혁명의 전체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노동자 숙소와 학교, 병원 등 사회 다른 면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코모스는 일본 메이지 산업 유산이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기준 10개 항목 중 2개 항목을 충족한다고 보고 등재 권고 결정을 했다. 이코모스는 2번 항목인 ‘어떤 기간이나 문화지역 내에서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환’과 4번 항목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뛰어난 건물이거나 건축 또는 기술적 총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코모스는 일본이 19세 중엽에서 20세기 초까지 국방 수요를 맞추기 위해 철강, 조선, 석탄 탄광을 기반으로 빠른 산업화를 이뤘다고 평가하며 메이지 유산이 그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려면 6개 항의 문화적 기준, 4개 항의 자연 기준 등 모두 10개 항의 기준 가운데 적어도 1개 항에 부합해야 한다.
이코모스는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allows understanding of the full hisory of each site)고 요구했다. 이코모스는 권고안에서 구체적으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적시하라는 표현을 넣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관련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하면서 해당 기간을 ‘1850년부터 1910년’으로 설정했지만 ‘전체 역사’를 알도록 하라는 표현이 1910년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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