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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盧 추도식서 재확인된 우리 정치의 암담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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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盧 추도식서 재확인된 우리 정치의 암담한 민낯

입력
2015.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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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장에서 벌어진 돌발사태의 여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SNS 등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유족 인사말을 통해 작심하고 김무성 새누리당대표를 면박한 것과 비노계 야당인사들이 당한 물세례와 욕설ㆍ야유 봉변을 놓고 날 선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휴일을 맞아 불교계를 중심으로 울려 퍼진 화해와 화합 자비의 목소리를 무색하게 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현주소다.

권력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는 건호씨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남북정상회담록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앞장섰던 김 대표에 대해 감정이 격했을 법하다. 하지만 원한관계였다 해도 장례이나 추도식에 온 사람에게 상주가 예를 갖추는 게 우리 정서요 문화다. 건호씨가 격한 용어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김 대표를 면박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생전에 화합과 화해를 강조했던 아버지가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닐 것이다. 보다 절제된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김 대표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여당대표로서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화합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주장 등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해 진솔한 사과 없이 봉하마을을 찾고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자기정치를 위한 행동만으로 비판 받을 소지가 크다. 물세례를 부른 지난번 5ㆍ18 전야제 참석도 비슷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화해의 손길은 오히려 안 내미는 만 못하다.

추도식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와 4ㆍ29 재보선 광주 서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 등 비노계 야권 인사들에게도 물세례와 욕설ㆍ야유가 쏟아졌다. 지난 전당대회 때 문 대표와 겨뤘던 박지원 의원은 추도식에 오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들만 옳다는 이른바 친노들의 전형적인 소아병적 행태다. 노무현을 위한다며 오히려 노무현 정신을 가장 욕되게 하는 부류들이다.

문재인 대표는 추도식 현장에서 건호씨의 격한 인사말을 제지하지도 못했고, 비노계 야권 인사들의 봉변도 막지 못했다. 이날 소동의 부담은 고스란히 친노 수장인 문 대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표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당 혁신위원회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더욱 분명해진 친노ㆍ비노 갈등에 비춰 당 쇄신작업이 잘 될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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