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칸국제영화제가 24일 오후(현지시간) 경쟁부문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9개 작품이 경쟁부문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디판’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극장 안뿐 아니라 극장 밖 경합도 뜨거웠고 갖은 화제가 올해도 만들어졌습니다. 칸영화제를 더욱 들썩이게 했던 여러 이야기들을 돌아봤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우버가 눈길을 모았습니다. 우버하면 택시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칸에서는 우버 헬리콥터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버는 칸영화제 참석자들을 위해 니스에서 칸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헬리콥터 교통편을 영화제 기간 중 제공했습니다. 니스공항에서 칸 중심부까지 택시로 40분 정도 걸리나 좀 더 빠른 이동 수단을 원하는 고객들이 우버 헬리콥터를 이용했습니다.
우버 헬리콥터의 1회 이용료는 180달러였습니다. 니스공항에서 칸까지 택시비가 150달러 정도이니 합리적인 비용입니다. 니스공항에서 칸까지 가는 직행버스의 요금은 20달러가량입니다. 많은 유명 인사들이 우버 헬리콥터를 이용했으나 담당 조종사는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에 밝혔습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중국과 대만의 신경전이 올해도 펼쳐졌습니다. 대만 감독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무협영화 ‘섭은낭’이 경쟁부문에 초청됐는데요. 영화제쪽의 실수로 일부 안내문에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됐습니다. 대만 영화인들이 항의하고 대만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하자 영화제쪽은 서둘러 사과했습니다. 중국 영화인들은 표정관리하며 국적 오기 소동을 느긋이 즐기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경쟁부문 수상결과를 보고는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으나 중국 영화인은 빈손으로 대륙으로 돌아가게 됐으니까요.
중국영화로는 지아장커 감독의 ‘산허구런’이 경쟁부문에 진출했습니다. 지아장커 감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예술영화의 간판 역할을 해왔고, 2013년엔 ‘천주정’으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기대를 잔뜩 할만도 했는데 결국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환호만 구경하게 됐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화해라는, 급변하는 최근 국제 정세도 칸영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이란영화는 2009년부터 칸영화제 마켓에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핵 협상 진전에 따라 경제 제재가 완화되면서 이란영화부스가 7년 만에 칸영화제에 마련됐습니다.
이란은 적어도 예술영화시장에서 어느 국가에도 쉬 뒤지지 않는 강국입니다. ‘체리향기’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유명한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이란 출신이고,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최근 급부상한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도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입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도 이란이 국적입니다. 파나히 감독은 반정부 인사로 지목돼 영화 제작이 금지된 인물이나 여전히 세계 예술영화계에서 영향력이 강한 감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란영화가 본격적으로 수출 전선에 나서게 됐으니 예술영화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이란을 로케이션으로 활용하는 영화들도 더 자주 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벤 애플렉이 주연과 감독을 겸한 ‘아르고’ 의 내용처럼 영화 촬영을 빌미로 한 첩보활동이 또 다시 펼쳐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올해 칸영화제는 차이나머니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이자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거인인 완다그룹의 발표가 다시 한번 세계 영화인들을 긴장시켰습니다. 완다그룹은 지난 14일 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제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 ‘악귀들’을 미국 내 거대 영화 체인 AMC를 통해 배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MC는 완다그룹이 2012년 인수한 미국 2위 규모의 극장체인으로 미국에만 5,000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악귀들’의 제작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무협 판타지라는 장르의 성격상 컴퓨터 그래픽에만도 많은 돈이 들어갈 듯합니다. ‘악귀들’은 중국의 온라인 소설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영화가 적어도 물량 면에서 할리우드에 맞설 날이 멀지 않은 듯합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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