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 삼성은 KIA(당시 해태) 앞에만 서면 ‘고양이 앞의 쥐’였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우승 직전까지 숱하게 포스트시즌에 오르고서도 KIA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은 KIA가 정반대 신세로 전락했다. KIA는 삼성에 2012년 6승1무12패에 그쳤고, 2013년과 지난해엔 각각 16번 만나 고작 4승씩만 얻는 데 그쳤다. 3년 동안 14승1무36패로 철저하게 밀렸다. 삼성이 통합 4연패를 거두는 데 일등공신은 KIA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KIA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지난 3년 동안 삼성에 14승밖에 못 했더라”며 삼성전 징크스 탈출이 급선무임을 수 차례 강조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올해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은 명실공히 최강의 전력으로 무장한 반면 KIA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해 약체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이 삼성 징크스 탈출 의지를 드러낸 이유는 땅에 떨어진 명가 자존심 회복의 첫 과제가 삼성전 부진 탈출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첫 맞대결 때만 해도 KIA의 바람은 공염불에 그치는 듯했다. 4월10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첫 3연전에서 KIA는 첫 날 3-4로 패하더니 이튿날에도 2-5로 졌다. 그나마 마지막 날 9-7로 승리하며 싹쓸이패를 면했다.
이어 한 달여가 흐른 뒤 지난 22~24일 광주에서 치른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KIA는 ‘위닝 시리즈(3연전 2승 이상)’에 성공했다. KIA가 삼성과 3연전에서 2승을 수확한 건 2011년 6월17~19일 이후 3년 11개월 만이었다. 첫 경기를 내줬지만 23일 1-0, 24일엔 2-0으로 승리하며 시즌 상대 전적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23일엔 양현종, 24일엔 스틴슨 등 선발이 앞에서 끌고 윤석민의 연속 세이브를 앞세워 삼성의 막강 타선을 이틀 연속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삼성이 2경기 연속 영봉패를 당한 건 2008년 7월 12~13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24일 경기 승리로 다시 5할 승률(22승22패)로 올라선 KIA이지만 삼성전 5할 승률 복귀가 더욱 의미 있던 주말이었다. 더그아웃 분위기 면에서도 다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사자 징크스’ 탈출이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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