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끼리 일하나. 이러면 본부에서 일하기 어렵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2012년 11월29일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김모 사무관에게 청와대 발 전화가 걸려왔다. 박범훈(67ㆍ구속기소)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었다. 보고라인에도 없던 김 사무관에게 전화를 건 박 전 수석의 말은 호통에 압박이 곁들여졌다. 김 사무관이 중앙대에 특혜를 주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때문이었다. 당시 중앙대는 단일교지 승인의 법적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법대로라면 캠퍼스간 정원을 허위로 이전해 행정처분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김 사무관은 특혜 지시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 중앙대가 정원 190명을 허위로 이전한 문제에 대한 현장실사에 나섰다. 그러자 다음 날 밤 박 전 수석이 직접 전화해 “이렇게 하면 본부에 근무하기 어렵다”며 좌천 압박을 넣은 것이다. 결국 특혜지시를 무시한 그는 박 전 수석의 호통전화 5일 뒤 지방국립대로 좌천조치 됐다. 김 사무관은 이전에도 중앙대가 서울ㆍ안성 캠퍼스를 통합하며 약속한 교지확보율을 지키지 못해 행정처분이 의결되자, 상부의 지시로 ‘중앙대가 제재 처분을 피하는 방안’이라는 이상한 보고서를 써야 했다.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옮겼다가 단일교지 승인을 받으면 서울로 다시 올린다’는 게 김 사무관이 당시 짜낸 묘안이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중앙대로 흘러 들어갔고, 결국 중앙대는 묘안을 악용, 서류를 조작해 정원을 허위로 이전시키는 위법을 저질렀다.
박 전 수석의 중앙대 특혜 지시를 따르지 않아 좌천된 인사는 그뿐이 아니었다. 같은 해11월 6일 박 전 수석은 김모 사립대학제도과장을 청와대로 오도록 해 “이달 말까지 중앙대 (서울ㆍ안성 캠퍼스) 단일교지 승인 문제를 끝내라”고 지시했다. 김 과장이 말을 듣지 않자 이성희 당시 청와대 교육비서관까지 나섰다. 그는 김 과장을 청와대 인근 호프집으로 불러내 “수석님이 지시하는데 왜 진행을 하지 않나. 업무 태만으로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강압을 넣기도 했다. 그 역시 한달 뒤 김 사무관처럼 지방의 국립대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검찰은 이주호 당시 장관을 지난달 26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두 사람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중앙대 특혜와 봐주기에 눈엣가시였던 두 공무원을 쳐낸 뒤 중앙대에 대한 특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12월 대학설립심사위원회는 중앙대의 교지단일화 작업을 마무리지었고, 교지확보율 미달로 인한 중앙대 행정제재도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3년 뒤, 박 전 수석은 중앙대에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 등으로부터 약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 기소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