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 39명 '위민크로스DMZ'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 넘어
남북한 조속한 평화협정 전환 촉구
친북 행위 논란 의식 "우린 친평화"
보수 진영은 임진각에서 비난 집회
“남ㆍ북한 정부의 공식 승인을 거쳐 평화를 위한 일보 진전을 이뤘다.”
미국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81) ‘위민크로스DMZ(WCD)’ 명예위원장은 24일 오전 경기 파주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남북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직후 감격에 찬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위민크로스DMZ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종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9일 방북한 세계여성평화운동가들의 모임. 스타이넘 위원장의 주도 하에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매과이어(71) 등 15개국 평화운동가 3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5박6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이날 개성을 출발해 낮 12시쯤 파주시 도라산역 남북출입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판문점을 통해 걸어서 남쪽에 도착하길 원했으나 불허됐다. 모두가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상ㆍ하의로 드레스코드를 통일하고 행사에 대한 입장과 방북 소회를 밝혔다. 매과이어는 “북한 사람들도 인류애와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다”며 “남북이 하루 빨리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변화를 이뤄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라이베리아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리마 보위(43)도 “우리의 목표는 민간외교를 통해 남북 정부가 소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민크로스는 방북 기간 중 ‘친북 행보’ 논란이 불거진 탓인지 이번 행사를 이념의 잣대로 해석하는 것을 극구 경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만경대를 방문한 WCD 회원들이 ‘김일성 주석의 혁명적 생애에 대해 알게 됐으며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스타이넘 위원장은 “노동신문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북측에 항의하고 사과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또 WCD가 북한 인권문제를 등한시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인권은 정상적 상태에서 보장될 수 있으나 북한은 끊임없는 경제제재 탓에 인권보장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매과이어는 “WCD는 한반도에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행사를 계획했다”며 “우리는 ‘친북’이 아니라 ‘친평화’”라고 했다.
WCD 회원들은 마중 나온 남측 환영단 300여명과 함께 통일대교 북단부터 임진각까지 이어진 철책선을 따라 걸은 뒤 임진각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25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여성평화 심포지엄을 마지막으로 26일 각자의 나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당초 행사 취지와 달리 친북 논란이 제기된 만큼 보수 진영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여성연대’등 보수단체 회원 400여명은 임진각역에서 WCD를 비난하는 맞불 집회를 열고 “처참한 북한 인권문제와 핵개발에 눈을 감고 북한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WCD는 평화와 인권을 말할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파주=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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