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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꿈, 다른 삶의 징후

입력
2015.05.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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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죽음과 같다면, 잠에서 깨는 건 새로 태어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꿈은 태어나기 직전에 발생하는 물리적 사태라는 설정이 가능하다. 모든 생물은 다가올 삶에 대비한 예비동작들을 취하려는 본능이 있다. 탄생 직전의 생물은 어둠 속에서만 발현되는 감각들을 사용해 어떤 사건과 감정들을 겪는다. 그렇게 일상 논리로는 판단도 분별도 안 되는 어둠 속 과정을 거쳐 한 생명이 출현한다. 일상 차원에선, 삶의 한 순간이 지나고 또 다른 순간이 펼쳐진다 할 수 있다. 꿈은 재생할 수도, 다시 뛰어들 수도 없으나, 밤새 겪었던 불가해한 체험을 몸은, 그리고 의식의 어느 한켠은 기억하고, 어떤 식으로든 되새기려 한다. 그때 기분이, 마음이, 어딘가 이곳 아닌 다른 세계에 걸쳐 아련하게 흔들린다. 실제의 오늘보다 어제 꾼 꿈이 더 현실 같다. 시간이 직선 아니라 곡선이라 확신하게 된다. 허나 아무도 내 기분을 알아주지 않는다. 설명해도 설득시킬 수 없다. 그럴 땐 당장 겪고 있는 현실이 꿈같아진다. 세상에 나만 살고 있는 듯한 느낌. 황홀하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오늘 밤,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면 세상은 변해있을까. 꿈속은 과연 일상에선 팽개쳐질 허상에 불과할까. 잠든다. 꿈꾼다. 꿈속에서 깨닫는다. 이 삶은 결국 꿈속에서 바라본, 더 낮은 차원의 꿈속일 수 있음을. 꿈속의 내가 진짜 나일 수도 있음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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