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후임 인선 절차에는 복잡한 법적 절차 상의 문제들이 걸려 있다. 현직 장관을 총리로 기용한 전례가 드문 데다 장관제청권을 가진 총리직이 공석이어서 고려할 변수가 많다.
황 후보자는 당분간 법무부장관직을 유지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경기 과천 법무부와 서울 통의동 총리 후보자 사무실을 오가게 된 것이다.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이런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문민정부 이후 부처 장관직과 총리 후보자 신분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없지는 않다. 1994년 4월과 12월에 연이어 취임한 이영덕ㆍ이홍구 전 총리는 모두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에서 총리로 자리를 옮겼다. 다만 당시에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황 후보자가 처한 상황과는 조금 달랐다. 두 전 총리 모두 ‘대통령 내정 → 국회 가부 투표’라는 간단한 절차를 거쳐 총리에 취임했고, 취임 당일 후임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을 직접 제청했다. 두 전 총리는 제청한 후임 부총리 겸 장관과 한 날 나란히 취임했다. 또 두 전 총리 모두 취임 바로 전날까지 부총리 겸 장관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황 후보자가 총리에 취임해 장관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까지 법무부장관 인선을 미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와 임명동의 표결 절차를 거쳐 총리에 취임하려면 최소 2, 3주가 필요한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직을 장기간 사실상 공석으로 남겨 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21일 황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후임 법무부장관 인선은 필요한 법적ㆍ정치적 절차를 거쳐 진행될 것”이라며 “굳이 늦추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이 말한 ‘법적 절차’는 총리 직무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신 장관제청권을 행사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22일 “정부조직법상 총리 부재 시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총리 직무를 대행하게 돼 있다”며 “장관제청권은 현재 최 부총리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치적 절차’에는 청와대가 최 부총리, 황 후보자 등과 후임 인사를 놓고 물밑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헌법은 대통령 권력 견제 정신에 따라 ‘국무위원은 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했지만, 실질적 인사권은 청와대에 있어 제청권 행사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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