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던 현재현(66) 전 동양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대폭 감형 받았다. 선고 직후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최재형)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현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업경영에는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낙관적ㆍ비관적 예측이 모두 가능한데 현 전 회장이 오로지 경영권에 집착해 구조조정을 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낙관적인 기대 하에서 실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 대한 판매대금 상환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구조조정을 한다 해도 부도를 피하기 어려운 줄 알면서도 CP를 판매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1차 구조조정이 실패한 2013년 8월 20일 이후의 CP판매 금액(1,700억원 상당)에 대해서만 “부도를 예상하고도 판매했다”고 인정하고, 이전 판매 분에 대한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지는 않은 점, 동양사태로 인해 현 전 회장도 많은 것을 잃게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보다 현 전 회장의 형이 절반 가까이 줄자 법정에 있던 피해자들은 욕설과 함께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을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는 오열하기도 했다.
현 전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부실 계열사 CP 등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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