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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들 뇌물에 공무원 한통속… 태국 남부는 인신매매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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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들 뇌물에 공무원 한통속… 태국 남부는 인신매매 캠프"

입력
2015.05.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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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인신매매 조직 침투지 르포

"돈 벌 수 있다" 이민자 모집해

가족에 전화… 1인당 3,000달러 요구

뇌물과 일자리 제공받은

마을 주민들도 범죄 행위 동조

태국 남부 송클라주 사다오의 한 산에서 이달 1일 인신매매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32개 발견된 가운데, 현지 경찰이 이 중 한 곳을 조사하고 있다. 사다오=AFP 연합뉴스
태국 남부 송클라주 사다오의 한 산에서 이달 1일 인신매매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32개 발견된 가운데, 현지 경찰이 이 중 한 곳을 조사하고 있다. 사다오=AFP 연합뉴스

태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는 인신매매단이 숲 속에 대규모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 관계자들 다수가 이에 개입하고 있다고 BBC가 21일 보도했다. 업자들은 일자리와 뇌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근 마을 주민과 지역 관리들을 끌어들여 거대한 ‘인신매매 조직’을 꾸려가고 있다.

태국 팡응아주 타쿠아파군 등 남부지역에 위치한 이런 인신매매 갬프에서 수천명의 피해자들이 잔혹한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며 목숨까지 잃고 있다. 대부분은 방글라데시나 미얀마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속아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다. 타쿠아파 군수인 매닛 피안통은 BBC에 “인신매매업자들이 화물선에서 내린 피해자들을 트럭에 태워 이 지역 숲 속에 만든 임시 거처로 데려오고 있다”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지만, 중앙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 데다 관련 법 또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BBC가 밝혀낸 인신매매업자들의 ‘사업 모델’은 이렇다. 업자들은 우선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등지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사람들을 유인, 화물선에 태워 태국 남부로 데려온다. 현지 경찰 등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태국 업자들은 난민선 하나에 300명을 태우는 조건으로 현지 모집책에게 2만달러(약 2,180만원)를 건넨다. 이어 시설이 열악한 캠프에 피해자를 모아놓고 자국의 부모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게 해 한 명당 2,000~3,000달러의 몸값을 요구한다. 상대가 송금을 거부하면 업자들은 각종 둔기로 피해자들을 때리고 여성을 강간하기도 한다. 하나 둘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체는 트럭에 실어 옮긴 뒤 인근에 묻는다.

BBC는 태국에서 이 같은 범행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다수 주민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인신매매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타쿠아파군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한 소년은 “인신매매업자들이 돈을 주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그들을 도울 수밖에 없다”며 “업자들은 마을의 모든 가구를 돌며 누구든 고용한다. 때로는 마약으로 젊은 사람들을 유인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고용 후에는 난민 캠프를 지키거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일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고위 경찰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국경 지역에 위치한 한 대규모 캠프에 1,000여명의 사람들이 감금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알다시피 그곳은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경찰인 우리로서는 군 측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태국 정부는 지난 1일 남부 송클라주 사다오의 한 산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32개와 생존자 5명이 발견되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세계의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관련자 80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해 이 중 30명을 체포했고, 이들 가운데는 지방 정치인과 정부관리, 경찰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벗슨은 “돈을 벌기 위해 이를 눈감아준 상관이 더 존재할 것이다”라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많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 역시 많다”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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