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행장 해외은행 찾아 직접 점검
전담사업팀 꾸려 기업 지원ㆍ멘토링
창업 기업 발굴ㆍ아이디어 공모전도
“그때 은행장이 안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해 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 참석자를 공개적으로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칭찬을 받은 이는 권선주 기업은행장. 박 대통령은 IBK기업은행이 핀테크(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서 “기업은행장께서 기술금융이라든가 핀테크에 앞장서고 계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일화에서 엿볼 수 있듯 요즘 기업은행은 핀테크 산업 육성에 은행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책은행’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보수적 이미지와 달리 최첨단 분야인 핀테크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핀테크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으로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사명을 다하겠다는 게 기업은행의 목표다.
무엇보다 은행장 스스로가 핀테크 분야 지원에 열심이다. 핀테크가 미래 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미리 적극적으로 준비해 핀테크 시대를 맞자는 게 권 행장의 생각이다. 권 행장은 이달 중순 기업 설명회(IR)를 위해 영국 런던을 찾는 동안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핀테크 관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런던에서 바클레이즈, HSBC 등 대형은행 핀테크 담당자들과 만나 그 은행들의 핀테크 진행 상황을 듣는 한편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은행 스스로 핀테크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4월 전자금융 솔루션 제공기업인 웹케시와 핀테크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오픈형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금융 플렛폼 등 신사업 공동 협력 ▦핀테크 기반 신상품 개발 ▦중소기업 비즈니스 솔루션 제공 등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모바일 지급결제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월부터 선불충전식 지급 결제, 모바일 결제 편의 기능, 개인 간(P2P) 송금 기능을 결합한 ‘IBK ONE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근거리 통신 기술인 비콘(Beacon)을 이용, 영업점 인근 고객에게 상품 추천 정보, 환율 우대쿠폰, 이벤트 소식 등을 전달하는 ‘스마트 캐치’를 3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행 스스로 핀테크를 적용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국책은행으로서 핀테크 산업의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2월 핀테크사업팀을 신설해,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ㆍ협력 업무를 강화했고, 핀테크 기업 지원 및 멘토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준다. 핀테크 관련 기업의 사업 제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본점 내에 ‘핀테크 드림 지원센터’를 만들어 직원 3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사업 추진이 필요한 경우 관련 부서를 곧바로 이어주는 종합 지원 창구 역할을 한다.
지난달에는 핀테크 분야의 창업기업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도 열었다. 사업부문과 아이디어 부문으로 구분해 사업제안서와 아이디어를 각각 받았다. 이 공모전에 들어온 사업 아이템 중에서 골라 실제 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아이디어 제공자에게는 신입행원 공채 시 서류전형 면제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핀테크 관련 기업을 지원해 주는 정책금융의 역할에도 충실하기로 했다. 3월 마련한 핀테크 관련기업 여신지원 강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핀테크 관련 기업에 설비 투자 자금을 우대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지분을 투자하는 내용이 이 방안의 골자다.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 정부, 기업과 협업해 핀테크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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