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노동ㆍ연금개혁 사례 인용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성 강조
"한국 대기업-중기 큰 임금 격차
청년 실업 키우는 요인" 쓴소리도
“개혁 성과가 나타나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국가를 위해서라면 선거에 지더라도 꼭 해야 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1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 특별대담에 참석해 경제 발전을 위해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1990년대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지금은 개혁을 통해 ‘건강한 여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민당 소속이었던 슈뢰더 전 총리는 재임시절 저출산 고령화로 경기가 침체하고 실업률이 상승하자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어젠다 2010’이라는 모토로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추진한 ‘하르츠 개혁’은 조기퇴직 근로자와 청년실업자를 시간제근로자로 채용하는 기업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실업자에게 저임금 일자리를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였다. 또 해고보호법을 완화하고 연금수령 연령도 67세로 높였다.
이런 조치 덕분에 독일 실업률은 2005년 11.7%에서 최근 6.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슈뢰더 전 총리는 이 개혁 조치 때문에 선거에 져서 2005년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그는 “어젠다 2010 때문에 저항에 부딪혀 선거에 졌다”며 “현 메르켈 총리는 개혁의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슈뢰더 전 총리는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권력을 잃을지라도 필요한 일을 관철하는 용기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젠다 2010’ 당시 반대시위를 예로 들며 “구체적 개혁안이 마련되면 손해 보는 쪽은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럴수록 이를 관철하려는 정치인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슈뢰더 전 총리는 정치인들이 개혁을 추진할 때 오류를 인정하는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안이 이행됐을 때 원래 계획과 차이가 발생하면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들었다. 이 같은 극심한 임금 격차가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돕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하르츠 개혁은 독일 안에서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모범사례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소득불평등이 확대돼 사회적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주부, 학생, 연금생활자가 대부분인 임시직의 급증은 일부 분야에서 불완전 취업을 ‘정상상태’로 고착화시켰고, 사회정책 개혁은 복지급여를 축소시키고 수혜자 의무를 강화해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시켰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날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독일 예찬론을 폈지만 방점은 달랐다. 김 대표는 축사를 통해 “슈뢰더 전 총리가 결단한 것처럼 노동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연정으로 성장한 독일을 본받아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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