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지난달 27일 이완구 전 총리가 사퇴한 지 24일 만이다. 장고(長考)를 거듭한 끝의 선택이어서 무난한 평이 나와야 할 터인데, 현실은 다르다. 찬반을 유보하거나 싸늘한 눈길을 보내는 여론이 우세해 보인다. 황 후보자가 역대 총리에 비해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각부를 통할할’ 역량이 떨어진다고 여겨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발탁 이유로 든 그의 강점이, 국민이 기대했던 새 총리의 자질과 품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달리 말해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를 꾸준히 요구해 온 국민의 바람에 비추어 이번 인선은 ‘앞으로도 지금처럼’을 고집하는 색채가 너무 짙어서다.
그의 지명을 발표하면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황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의 말대로 검찰 요직과 법무장관을 거친 그는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정치개혁, 즉 사정 정국 지휘의 적임자일 수 있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강직한 검사’출신 이기에 앞서 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이 공안통치를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야당의 비난은 ‘공안통치’라는 과장된 표현 때문에라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공안통 경력은 법무장관과 달리 총리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균형감각’을 의심스럽게 할 만하다. 정권과 국가의 이익, 국민권익과 정부의 이해를 가리고, 제대로 형량(衡量)할 수 있는 감각이다. 법무장관으로서 그는 충성심과 강직성이 외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불법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 그는 특별사면이나 대선자금이 수사 대상일 수 있다고 공언했다. 원칙론적 언급이지만, 결과적으로 물타기로 비쳤다.
야당이 극력 반대 태세를 굳혀 국회 임명동의 과정의 진통을 예고한 것도 바로 이런 경력과 성향 때문이다. 청와대는 법무장관 임명 과정에서 한 차례 인사청문회를 거친 만큼 쉽사리 청문회를 통과하리라 여겼음직하다. 그러나 장관과 총리의 법적 지위는 현격히 다르다.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낙관은 금물이다. 이미 걸러진 의혹도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재직 시절의 고액급여, 특검이 무혐의로 정리한 ‘삼성 X파일’ 관련 의혹 등이다. 무엇보다 두드러기와 비슷한 ‘만성담마진’이란 피부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병역문제는 끝내 깔끔하게 매듭되지 못한 이 전 총리의 병역 의혹과 맞물려 증폭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여야 논란이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불똥을 튀길 수도 있다.
황 총리 후보자의 지명에 대한 이런 우려는 결국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통치 스타일에 대한 의문과 다름없다. 총리 후보자 지명은 화합과 소통의 정치 자세를 과시할 모처럼의 기회였다. 그런 호기를 놓치고 정치권과 국민에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안타깝고도 유감스럽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