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따라서 수사 달라지면 안돼
“어떤 사건이든 검사가 독립적으로 사실에 근거해 수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감청이나 플리바기닝(유죄협상)은 마지막 수단이며, 이런 때는 미국 수정헌법 4조에 따라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잘 지켜야 합니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사건 가운데 연방정부가 다루는 중요 범죄를 수사하는 뉴욕남부연방검찰청 차장검사인 한인 김준씨의 말이다. 김 차장검사를 21일 대검찰청과 한인검사협회(KPA) 공동주최 한인검사협회(KPA) 총회와 2015 서울 국제형사법회의가 열린 서울 반포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미국의 주요 경제범죄를 가장 많이 다루고 수사를 통한 추징금액 규모가 제일 많은 검찰청의 특별한 수사기법은 뭘까. 김 차장검사는 “(배심원제인)미국은 ‘히어세이룰(Here Say Ruleㆍ공판중심주의)’이 있어 증거가 서류보다는 증인을 통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감청을 쓰기도 하지만 법원에서 허가 받기 어렵다”며 “그래서 (한국법은 허용하지 않는)플리바기닝이 중요한 수사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청을 ‘치명적인 수단’으로 표현한 뒤 이를 동원하는 수사에는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과 사생활 보호(프라이버시)라는 보호법익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차장검사는 “감청 수단을 사용할 때는 합당하지 않은 (압수)수색과 압류를 받지 않을 권리를 강조한 미국 수정헌법 4조에도 불구하고 법의 집행이 필요하다는 걸 법원에 보여줘야 한다”며 “결국 다른 수사방법이 여의치 않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거대 자본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검사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차장검사는 “어디에 가든 어떤 사건이든 검사들이 독립적이고 사실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피고인이 누구냐에 따라 (수사가)달라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연방검찰청의 경우 역사적으로 독립성이 보장된다”며 “법무부가 (수사에)관여하지 못하고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부의 정치 요인이 사건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외압 등의 문제를 수시로 상의할 수 있는)윤리담당관이 모든 연방검찰청에 상주한다”고 덧붙였다.
부친이 한국 외교관을 지낸 김 차장검사는 미국서 태어나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남부지법 로클럭(재판연구원), 연방검찰 검사보, 로펌 변호사를 거쳤다. 22일까지 열리는 KPA 총회에는 김 차장검사 외에 마이크 퓨어 로스앤젤레스(LA)시 검사장, 존 최 램지카운티 검사장 등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7개국 재외동포 검사 65명이 참석했다. 1998년 미국에서 임용된 첫 한인 판사 마크 김 LA카운티 법원 판사도 이번 행사에 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