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명의통장의 개설 요건 강화돼
폐업 법인 명의를 도용한 통장 이용
선불폰도 쉽게 개통 가능해 급증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대포통장이 신한은행을 통해 가장 많이 개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포폰은 주로 별정통신사의 선불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3월 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두 달 동안 ‘3대 대포물건(휴대폰ㆍ통장ㆍ차량)’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적발한 대포통장 8,894개 중 신한은행 통장이 1,260개로 금융기관 중 가장 많았다고 21일 밝혔다. 다음으로 농협(1,128개) 국민은행(1,017개) 우리은행(857개) 하나은행(743개) 순이었다. 농협의 경우 지난해 2~4월 상반기 특별단속에서 대포통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가 올해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적발된 대포통장을 명의자별로 보면 기존에 대다수를 차지했던 개인 명의통장이 감소하는 대신 법인 명의통장은 급증했다. 법인 대포통장은 지난해 단속 당시 304개로 4%에 불과했다가 이번에 전체 19.6%인 1,747개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권이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규 통장개설 자격과 요건을 꼼꼼하게 따지면서 유령이나 폐업 법인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3,997대가 적발된 대포폰은 알뜰폰 같은 별정통신사의 선불폰이 지난해 706대(13.0%)에서 2,462대(62.2%)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통신3사에서 개통된 대포폰은 지난해 상반기 단속 때 4,653대(85.7%)에서 1,482대(37.1%)로 줄었다. 휴대폰 개통 시 신분증 위조여부 확인시스템 도입 등 개통 요건이 보다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외국인 신분증으로도 쉽게 개통할 수 있는 선불폰이 많아진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대포차량은 사채업체 담보제공에 의해 발생한 대포차량이 2,320대로 전체 4,248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찰은 이번 단속을 통해 대포물건을 범죄에 이용한 5,325명을 검거해 혐의가 중한 378명을 구속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대포물건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며 단속 결과를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통보해 제도개선에 반영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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