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빈 라덴 사살 당시 그의 서재에서 압수한 관련 서류 공개…다양한 분야 섭렵
9ㆍ11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은 음모론과 관련된 서적들에 심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20일(현지시간)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입수한 문건 103건과 미국 정부자료를 포함한 각종 서적류 등 266점을 공개했다.
빈 라덴, 미국 공격 주장하며 음모론 서적에 심취
빈 라덴 서재에 꼽혀있던 총 38권의 영어서적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음모 이론과 관련된 서적이었다. 미 정부가 9ㆍ11 테러를 공모했다는 주장을 담은 ‘새로운 진주만행정부와 9ㆍ11에 관한 혼란스러운 질문들’이라는 책을 비롯해 비밀결사조직형인 프리메이슨에 관한 책부터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전략을 기술한 ‘오바마의 전쟁’ 등이 있었다.
이와 함께 빈 라덴은 미국인들에 대한 추가 공격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건들도 대량 발견됐다. 그는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한 편지에서 북아프리카의 지하디스트 전사들에게 이슬람 국가(IS) 설립을 중단하고 대신 서아프리카 남쪽의 시에라리온과 토고의 미국 대사관과 정유회사 등에 대한 공격을 주문했다.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에도 비슷한 조언을 하면서 미국인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중동의 알카에다 지부나 알카에다 지도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미국인의 살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빈 라데의 서재에서는 잉글랜드 주교들의 신상명세, 이란 핵시설 지도처럼 테러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책도 있었다. 빈 라덴은 뉴스위크, 타임, 포린폴리시 등의 언론 매체도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읽은 것으로 드러났다.
편지 등 통해 가족한테는 무한 사랑 보여줘
미군이 압수한 편지 등에서 빈 라덴은 가족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CNN은 “가족에 대해서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반면, 미국인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공격계획을 세운 돈키호테적 인물”이라고 빈 라덴을 평가했다.
특히 4명의 부인과 20명의 자녀를 뒀던 빈 라덴은 그의 많은 자녀와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아빠로 묘사되고 있으며 부인 중 한 명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전했다.
빈 라덴은 아들 함자와 함자의 모친인 카이리야와 긴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애틋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이리야는 이란에서 가택 연금돼 10년을 보냈다. 함자는 2009년 빈 라덴에게 쓴 편지에서 13세 이후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며 “오래 헤어져 있어서 슬프다.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 빈 라덴은 카이리야가 풀려 나오자 그녀에게 쓴 편지에서 “이란에서 당신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가정보국은 이날 공개한 정보에 ‘빈라덴의 서재’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실제 책이었는지 전자 문서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빈라덴이 침실에 두고 사망 직전까지 읽은 책이 무엇이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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