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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팬과 구단이 사랑을 디자인 할 때

입력
2015.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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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덕분에 너무 행복해”

“당신이 행복해 하니까 나도 너무 좋아”

사랑의 힘은 강력합니다. 1더하기 1은 2가 정답이라지만, 사랑에선 예외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이면 1과 1이 더해졌을 때 2가 아닌 3 혹은 4, 아니 무한대의 결과값이 나올 수 있습니다.

사랑 타령이 다소 뜬금없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오글거리는’ 사랑 얘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스포츠, 디자인을 입다’기획을 이어가며 스포츠 팬과 프로 구단들이 ‘디자인’을 매개로 마음을 나누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시리즈 전체 다시보기)

수원 팬들의 유니폼 구매 행렬. 독자제공
수원 팬들의 유니폼 구매 행렬. 독자제공

지난 16일 새벽 6시. 수원월드컵경기장 앞엔 200여명의 팬들이 K리그 수원의 창단 초기 상징처럼 여겨졌던 ‘용 비늘’ 무늬의 레트로(복고)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돗자리와 텐트까지 동원해 줄을 서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판매 개시 하루 전인 15일 밤 9시부터 시작된 행렬이었다고 합니다. 판매 시작 시간인 오전 9시가 임박하자 대기자는 300명을 넘어섰고, 이날 마련된 418벌의 유니폼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됐습니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모습이었죠. (▶관련기사 보기)

수원 팬들은 왜 레트로 유니폼에 열광했을까요. “디자인이 예뻐서” 아니면 “한정판이기 때문에”등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팬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고민한 구단의 마음이 팬들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단이 팬들에게 내민 건 단순한 옛날 디자인의 유니폼이 아닌 ‘추억’이었거든요.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수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 들어 구단들은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기 시작했고, 2010년대엔 ‘가슴’으로 팬을 대하는 구단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유니폼에 광고를 빼고 안산 시민을 향해 ‘위안’의 메시지를 담은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가변석을 설치하고 다양한 경험 요소를 만든 K리그 서울이랜드, 포수 뒤 광고판 개선을 통해 보다 깔끔한 시청 환경을 만든 프로야구단들 모두 팬을 위한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아이디어라는 생각입니다.

스포츠브랜드 험멜의 본사 대표 소렌 슈라이더(가운데)와 험멜코리아의 변석화 대표(왼쪽), 조주형 디자이너(오른쪽).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스포츠브랜드 험멜의 본사 대표 소렌 슈라이더(가운데)와 험멜코리아의 변석화 대표(왼쪽), 조주형 디자이너(오른쪽).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이 같은 변화는 구단에서만 일어난 게 아닙니다. 프로스포츠와 연을 맺고 있는 용품 브랜드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팬의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K리그 7개 구단에 유니폼을 공급하는 험멜코리아 조주형(31) 디자이너는 “지금 험멜이 맡지 않은 다른 구단의 유니폼 디자인들도 수시로 구상해보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험멜 본사 대표 소렌 슈라이더(60·덴마크)씨와 나눈 대화에서는 그들이 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K리그 팬들이 유니폼 디자인에 만족해 붙여준 ‘갓 험멜’(‘신’을 의미하는 ‘갓(god)’과 브랜드 명의 조합)이라는 별명의 의미를 전해 듣곤 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팬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니 저도 행복합니다. 이 만한 기쁨이 또 어디 있을까요.”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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