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삼성 외국인 타자 나바로(28)에게 '2년차 징크스'란 '남의 일'이다. 지난해 국내 무대에 데뷔해 타율 0.308, 31홈런 98타점 25도루를 올리며 특급 활약을 펼친 그는 올해도 홈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홈런 페이스도 훨씬 빠르다. 올해는 41경기에 나와 16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올 시즌 56개 홈런도 가능한 속도다. 시즌 초반 홈런을 생산하면서도 타율은 1할대로 떨어져 고전을 했지만 시즌 타율도 0.277로 올라왔다. 5월부터 치른 15경기에서는 타율 0.380으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상대팀 투수들의 견제도 나바로에겐 통하지 않는 셈이다.
나바로의 홈런포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그간 공격적으로 크게 부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2루수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1루수나 3루수 자리에는 거포나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주로 들어서지만 2루수 자리서는 공격력보다 수비가 강조된다. 그마저도 유격수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다. 하지만 나바로는 2루수로 나서면서 홈런왕 경쟁을 벌이며 자신의 가치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2루수가 홈런왕을 차지한 건 1987년 김성래(당시 삼성)가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이다. 나바로가 올해 홈런레이스에서 끝까지 선두를 지켜낸다면 28년 만에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2루수 홈런왕 기록을 쓰게 된다. 2루수 중 최다 홈런은 1999년 홍현우(당시 해태)의 34개다. 올 시즌에도 나바로는 가장 독보적인 2루수다. 20일까지 홈런 5개 이상을 때려낸 타자 중 2루수는 나바로가 유일하다.
톱타자로서 공격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나바로는 31개의 홈런 중 27개를 1번 타자로 나와 때려냈다. 역대 1번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인 1997년 이종범(당시 해태)의 30홈런에 근접한 수치였다. 올해는 지난달 박한이와 채태인 등 팀 내 타자들의 부상으로 인해 3번타자로도 나와 9홈런을 쏘아 올렸다. 부상자들이 복귀하면서 다시 톱타자 자리를 찾은 나바로는 1번 타순에서 7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팀 동료이자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형우(15개)의 선전도 나바로의 '홈런 원동력'이 된다. 나바로는 "최형우와 함께 잘 하면서 좋은 경쟁관계를 이루는 것 같다. 홈런에 대한 대화도 가끔 하는데, 늘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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