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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내 몸과 행동이 나를 증명하는 세상

입력
2015.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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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과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이를 이용한 여러 서비스가 우리들의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것들이 되면서 인터넷 서비스에 나 자신 임을 알리는 개인 인증은 정말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IT관련한 서비스의 복잡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악역(?) 공인인증서도 개인의 인증을 위한 기술이다. 비록 그 불편함과 액티브X 라는 기술과의 얽힘 때문에 초창기의 위세를 잃고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로 패스워드다. 비록 까먹기도 하고, 여기 저기 적어 두었다가 유출되기도 하며, 쉬운 것으로 했다가 해킹을 당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지만 여전히 패스워드를 이용하는 인증방식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개인인증 방식이다.

영화 '킹스맨'에서 비밀요원 해리(콜린 퍼스 분)가 지문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장면.
영화 '킹스맨'에서 비밀요원 해리(콜린 퍼스 분)가 지문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장면.

그런데, 패스워드나 공인인증서나 너무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보안성이 특별히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나 미래지향적인 신기술은 불편함을 토양으로 해서 자라는 법. 그래서 최근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식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생체정보 기술은 다른 기술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일단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라는 측면이 무척이나 다르다. 즉, 자기 자신이 열쇠가 되는 것이다. 또한 망각과 도난, 공유라는 기존의 패스워드나 ID카드, 디지털 인증서 기술이 가지는 단점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다 보니 최근 좋은 생체정보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무척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가장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생체정보 기술은 지문이다. 일부 노트북이나 출입장치에 도입이 먼저 시작되어서 최근에는 스마트폰에도 지문인식 센서가 널리 탑재되고 있다. 지문은 태어날 때 가진 지문의 형태가 평생동안 변하지 않으며, 사람들마다 모두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고, 이를 사용하는데 별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는 등 고유한 생체인식으로 보안의 신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시스템 구축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보편화되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미래에는 특정 센서 위에 지문을 대는 것이 아니라, 터치 스크린과 같이 화면 전체가 인식이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얼굴 인식도 그 장점이 확실하다. 얼굴인식 기술은 주요 IT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더욱 이슈화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일찌감치 얼굴인식 기술을 내재화하여 페이스북의 사진에 태깅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점점 더 해당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구글은 비록 보안성 문제로 보완을 위해 기본 설정으로 하는 것은 철회했지만, 안드로이드 4.0 버전을 발표할 때 얼굴인식으로 잠금해제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최근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부상한 알리바바는 마윈 회장이 직접 전자결제 시스템에 시연을 하기도 했다.

얼굴인식이 최근 급부상한 것은 지문인식처럼 보안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쉽게 개인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있는 웹캠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이미 사람대비 100% 이상 (이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얼굴을 보고 사람을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굴인식은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고, 고화질 카메라의 탑재 대상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뿐만 아니라 드론이나 건물, 가전제품들에 이르기까지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 중요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로봇이 홍채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장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로봇이 홍채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장면.

흔히 인간의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을 한다. 그 사람을 나타내는 데 있어 눈보다 중요한 기관이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생체정보 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이런 격언은 잘 통한다. 눈에는 홍채(iris), 망막(retina), 공막(sclera) 등과 같이 카메라로 볼 수 있는 여러 부위가 있는데, 이들이 모두 생체정보 기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채인식은 홍채를 이용하여 사용자를 인증하는 기술로, 가장 오랜동안 발전시켜온 기술이다. SF영화 등에서 많이 소개가 되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생체정보 기술이기도 하다. 홍채와 함께 생체정보 기술의 주된 대상으로 주목받는 것이 망막이다. 망막에는 다양한 혈관 패턴이 있는데, 이것이 사람들마다 다른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홍채나 망막에 비해 낯설지만 최근에는 눈의 흰자위인 공막을 인식대상으로 하는 기술도 있다. 아이베리파이(EyeVerify)가 그 주인공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셀카를 찍으면 앱이 눈의 혈관을 파악하여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기술들은 그래도 비교적 생체정보 기술의 후보로 전통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실험적인 기술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술로 심전도(Electro-Cardio Graph, ECG)를 이용하는 나이미 밴드(Nymi Band)가 그 대표적이 사례다. 원래 심장 질환을 진단하는데 활용하는 ECG 파형을 이용해서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손목에 밴드를 달아 ECG파를 측정하며, 블루투스를 이용해 다른 기기에서도 사용자 인증이 가능하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접목될 경우에는 동작 패턴과 같이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활용사례가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음성을 이용한 화자인식도 얼굴인식과 유사한 여러 장점이 많다. 음성을 입력 받아 해당 음성을 분석하고 특징을 추출해서 화자를 인식하는 것이다. 오류가 많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마이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얼굴인식과 마찬가지로 향후 발전가능성은 높다. 눈에 띄는 곳으로 아그니토(Agnitio)의 키복스(Kivox)라는 플랫폼이 있다. 이를 이용하면 누구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앱을 만들 수 있는데, 범죄자가 사용자의 목소리를 몰래 도청할 수도 있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위장 방지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위장 시도 감지율이 97%에 이른다고 한다.

그 밖에도 서명과 키보드 입력 등과 같이 개인의 습관을 이용해서 개인을 인증하거나, 위치정보(GPS)나 웹사이트 방문 패턴, 소셜 미디어 등에서의 글 등을 모아서 데이터를 활용한 기계학습 알고리즘 등도 최근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생체정보 기술이 아니라 복수의 기술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멀티모달 접근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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